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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 "'계속 가보겠습니다', 시민들이 뜨겁게 반응해줘 다행"

권용
  • 입력 2022.08.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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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가 지난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내부의 내부고발 10년의 내용을 기록한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과 관련된 소회를 밝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임 검사는 인터뷰를 통해 "쉽지가 않아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너무 힘들어요. (눈에) 밟히는 사람들은 많고 앞으로 해야 될 사건들도 있으니까. 사건 조사하고 기소도 해야 되는데 그러면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 누가 대신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고 전했다.

임 검사는 2020년 9월부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재직했는데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당시 수사권이 없어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2021년 2월 임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발령되어 수사권을 갖게 됐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부 3과장을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해 임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임은정 검사가 지난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내부의 내부고발 10년의 내용을 기록한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과 관련된 소회를 밝혔다.(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임 검사는 윤석열 당시 총장을 '수사 방해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하고 공수처에서는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과 함께 수사방해 혐의로 고발했지만, 공수처는 지난 2월 해당 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지난 5월 서울 고법은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내 임 검사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임 검사는 인터뷰에서 책이 출간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대구에게 온 임은정 작가'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 "작가, 조금 이상한 게 사실인데 한편으론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일단은 책 <계속 가겠습니다>를 세상에 알리려고 썼으니까, 인터뷰에서는 스피커로 나간 거니까, 검사로 소개하는 것보다 작가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작가라고 말하니 되게 웃기더라. 말할 때마다 어색해서 혼자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뿌듯한 것도 있어서 솔직히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검사의 책 판매량과 관련해 시민들이 '전보'에 크게 응답한 분위기라는 이야기에는 "검사게시판인 '이프로스'도 눈에 보이는 반응은 아직 없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뜨겁게 반응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솔직히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구원군이 전보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니)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검사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징계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낸 책이니, 정말로 모든 걸 걸고, '검찰실록'을 쓴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또한 책의 내용 중 '헤이그특사' 이준 열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한민국 검찰이 검사 이준을 매우 존경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검찰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 역사에서 존경받고 국민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안다. '헤이그특사' 이준 열사의 경우, 항명했다지만 대한민국 검찰에 항명한 건 아니지 않나. 검사 생활을 아주 짧게 한 검사가 법무부장관(친일파 이하영)을 고발했다가 쫓겨난 거다."라며 "그런데 이런 이준 열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오면 순식간에 쫓겨난다. 신입 검사가 조직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북부지검 관내(수유동)에 이준 열사 묘가 있다. 개인적으로 북부지검에 갔을 때 이준 열사 묘에 가서 신랑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괜히 존경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갖다 붙이지 않나. 이준 열사 분사일(7.14)이 내 생일과 같다. 혼자만 한 생각이지만 '이준 열사가 돌아가시고 끊어진 검찰의 맥을 잇겠다'는 자부심이 들더라. 검사 이준을 흉내 내다보면 조금은 닮아가지 않겠나."라고 현 검찰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임 검사는 2019년 9월 '박형규 목사 민청학련 재심 사건' 이후 검찰 조직과 싸우는 것에 대해서는 2003년 "2003년도에 (상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뻔하고 오히려 선배로부터 '소문나면 네가 죽는다. 여검사가 다 죽는다. 여기 와서 (변호사) 개업하라'라는 소리를 들었다"라며 '빡 친다'라는 강한 표현과 함께 자신이 나가야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사건때  백지구형을 명령한 검사들은 검사가 아니다, 공판 검사석에 앉을 수 있는 검사는 자신 뿐이며 검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검사는 이 사건때 검찰 수뇌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검사 적격심사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게 된다. 이후 5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의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5월 다시 퇴직 명령이 가능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어 새 책을 출간한 메디이미디어 인터뷰에서 자신이 '진짜 검찰주의자'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내가 봤을 때 내 동기를 포함해 선배들을 보면 내 기준에는 검사가 아니다. 검사 이준을 제외하고 존경하는 선배가 없는 이유인데, 검사선언은 그렇게 멋들어지게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맞는 검사가 과연 대한민국 어디에 있나? 각자 우수한 능력들이 있는 건 아는데, '조직의 결단' 앞에 수긍하면서 안전하게 출세하고 싶은 욕심만 채워가고 있다."며 뚝심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 특히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서 몇 번 그랬다. 대검 부장 회의 때마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혼자 서류를 다 써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공소장 초안도 내가 써야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공격이, 나를 설득하기 위한 대검 부장회의가 계속됐다. 결국 마지막 회의에서 '뭐 더 없냐' 묻는데 '아, 더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상황이 됐다. 내가 지쳐버렸다.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라며 힘들었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한만호씨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문제 제기한) 민원인을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수사권이 부여된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기소를 강행할 수 있었는데 고민만 하다 결과적으로 타협해 버렸다."며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대검 확대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이 났다. 머릿속에서는 남은 공소시효 기간에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이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이상 팀플레이를 벗어날 명분이 없었다. 이후는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만호씨와 민원인에게) 너무 미안해서."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최근 정부가 '총경 집단행동'에 대해 징계 방침을 밝히자 검사 집단행동에 대한 감찰 청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면 검찰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하면 사법 불신이 초래된다. 검사선언문에 적힌 것처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한테 지휘를 받는 경찰한테 무슨 대의명분을 댈 수 있나. 우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할 순 없어도 최소한 같은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집단행동에 대한 감찰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해 "눈이 출세와 야망, 권력욕에 불타 오르더라. 그런데도 놀란 건 보통 그런 사람들은 그 열기에 들뜸이 있기 마련인데, 너무나 두꺼운 방열 유리로 막혔는지 온도가 전해지지가 않았다. 진실됨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한 장관이 얼마나 검찰스러운지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정치검사를 내쳐야 한다는 이메일을 직접 보낸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 검사는 "보내기는 보냈는데 절대 안 들을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메일을 보낸 건 아랫사람으로서 나는 내 할 도리를 다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일종의 경고인데, 당신이 듣지를 않으니 나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떨어져서 사람들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거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옛날에 윤 대통령과 술자리나 밥을 몇 번 먹은 적 있다. 윤 대통령은 옛날이야기 밖에 안 한다. 검찰총장 혹은 검사장이어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러질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이야기에는 "물론 안 들으시겠지만 인사가 만사다. 사람의 그릇을 좀 제대로 보고 임명했으면 좋겠다. 비전도 좀 가져주시고.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하셨으면 좋겠다. '검사선언'이 검사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인 지금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불행은 본인에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한때 속했던 검찰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발 지금이라도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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