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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쓰는 감정] 코끝에 감정

이진성
  • 입력 2022.07.24 01:34
  • 수정 2022.07.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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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3. 02:46.
눈앞에 사람이 지나가고 좋은 향기가 났다. 나는 코가 예민한 편이라 다양한 냄새와 향기를 맡으며 이런저런 공상을 하곤 한다. 그건 특이하게도 자잘한 원소기호일 뿐인데 콧속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된다. 그 생각은 기억이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이미지이기도, 감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악취가 아니라면 대부분 즐거운 일로 다가온다. 재미난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계절에 대한 냄새와 기억들은 워낙 자주 생각하는 일이라 다른 생각을 해봤다. 저 사람은 무슨 샴푸를 쓴 걸까, 무슨 향수를 쓴 걸까. 하는 생각. 왜 그걸 쓰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그 사람을 판단하고 이미지를 씌우곤 한다. 이러한 향기를 좋아하는구나. 혹은 아무것도 안 뿌렸는데도 좋은 향기가 나네?나도 최근에 향수를 새로 샀다. 누군가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좋은 기억을, 가능한 한 전하고 싶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니 냄새는 참 대단하다. 심지어 좋은 인품의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는 듯 착각을 하게 하니까. 젊은 날에 나의 아버지는 흡연을 하셨었는데, 퇴근하신 아버지께 달려가면 언제나 담배 냄새가 났었고, 나는 그걸 '아빠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옷에서 나는 담배냄새도 좋았다. 그걸 좋다고 생각이 드는 게 좀 웃기고 이상하지만 좋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냄새를 조월하는 인간 매력이 있구나 싶다. 좋은 향기와 후각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인품을 넘어서지 못하나 보다. 감각은 감정이 되니까. 코에는 감정이 없으니...
아마도 코 끝에 감정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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