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쪽에 쓰는 감정] 한 여름에 이불을 덮고 잤다.

이진성
  • 입력 2022.07.18 14:06
  • 수정 2022.07.18 15: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기하지 않는 날의 연기자는
한 페이지에 담는 감정.
한 여름에 이불을 덮고 잤다.

2022. 07.13.00:05.
- 이불을 덮고 잤다.
무더운 여름이다. 푹푹 찌는 날에도 나는 잠자리에 누워서 이불을 덮었다. 선풍기도 켜고 에어컨도 켰지만, 나는 이불도 덮었다. 한 겨울에 이불을 덮는 것은 유별난 행동이 아니나, 한 여름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이불을 코 끝까지 덮었다. 섬유 유연제 냄새가 맡기 좋은 농도로 들어왔다.

 '나는 왜 더울 줄 알면서 이불을 덮을까?' 정말로. 이런 날. 왜그럴까. 더위를 넘어설 만큼 내가 느끼고 싶던 것은 포근함이었던 것 같다. 겨울에는 몰랐다.

그냥 내 작은 열기 조금도 안 뺏기려고 이불을 덮을 때는 몰랐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 포근함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근데 너무 더워서 뭔가가 몸에 닿는 것조차 미간을 찌푸리는 날에, 그 포근함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불은 때론 포근하려고 덮는 거 아닐까?

더워도 포근함은 포기할 수 없지. 좋은 향기가 얼굴에 닿는 것을 자기 전에 꼭 느끼고 자야지. 덮어야지 이불. 문득 날이 더워서 밀쳐냈던 것들을 떠올려 본다.

강아지 두 마리. 어린 날의 나를 안아주던 사촌 형들과 누나들. 엄마 품, 아빠 팔, 사랑했던 순간들, 군대 동기를...? 은 밀쳐내지 않았으면 주먹으로 쳐냈겠지? 여하튼 더워서 밀쳐냈던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자. 추워서 가까이했던게 아니었으므로 그것들이 포근해서 안고 잤던 것이므로. 살에 더 많이 닿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불을 더 꽉 끌어안았다. 살에 더 많이 닿으면 포근하니까.

편안한 밤 되십시오. 취침 소등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