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559] 리뷰: 리뷰: Club M 네 번째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7.11 09:25
  • 수정 2022.07.11 09: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7월 10일 일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장 프랑세의 목관악기를 위한 곡들을 한국의 젊고 실력 있는(어쩌면 현 시각 기준, 한국에서의 목관 파트로서는 최고의 연주력을 지닌) 남성 연주자들에 의해 감상할 수 있으며 손일훈이 편곡한 존 레논과 드뷔시와 홀스트라....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으리. 7월 10일 일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클럽 M의 네 번째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이다.

클럽 M의 네번째 정기연주회

최고의 피서가 따로 없다. 롯데콘서트홀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 부는 마시안 해변의 늦은 밤, 혼자 해먹에 누워 한없는 무위를 즐기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다. 이매진의 가사를 안다면(관심 있으면 한번 검색을 해보길 바란다) 존 레논의 원곡이 얼마나 가사에 충실하고 편곡은 더욱더 한없는 천상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끈적끈적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니라 상상의 바람이 롯데콘서트홀에 떠다닌다. 마치 드뷔시의 동명의 작품이지만 다른 인상의 관현악곡 <Image>의 2악장 같은 '밤의 향기'다. 나만의 몽상은 플루트와 피아노의 아름다운 오블리가토에서 갑자기 멈춘다. 마치 그만 꿈꾸고 현실로 돌아오라는 듯이, 마치 수업 중 졸다가 호명 받고 멍하니 깬 듯이, 마치 해먹에서 자다 뒤집혀 떨어지듯이....

작곡가 손일훈의 <두 번째 명상>(Meditation II)는 말 그대로 작곡가의 명상이자 이미지다. 클럽 M의 상주작곡가이다보니 M으로 시작하는 작품명을 붙여야 해서 Meditation이 되었지만 제목에 구애받지 말고 음악 자체에 집중해 보면 뭔가 향하려는 이동과 방향성 그리고 뒤뚱거리는 움직임이 처음 도입부부터 산뜻하게 제시되고 인식된다. 손일훈은 '인간이 달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고 있다고 했지만 그게 달에서 지구를 향한 시선이든 발걸이든 굳이 그 설명을 듣거나 해설을 읽지 않더라도 작곡가의 의도에 부합되는 스토리텔링이 명징했다. 중간에 길을 잃은 듯한 안개의 장벽에서 피아노의 고음 타건과 긴밀하게 변하는 미묘한 화음들 안에 목관과 현악기들의 밀접하고 섬세한 텍스처가 일품이다. 또 듣고 싶게 만들고 궁금증을 자아내며 듣고 있다 보면 희망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제목을 꼭 클럽 M과 연관시켜 M자로 시작해야 한다면 차라리 마션(Martian)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무대 인사하는 클럽 M 멤버들

장 프랑세를 이탈음 하나 없이 명료하고 해학적으로 연주한 클라리넷의 김상윤, 지난 4월 교향악축제에서 목포시향과 이미 월드클래스를 증명한 호른의 김홍박, 안정된 호흡과 리드 사용의 정석을 보여준 오보에의 고관수, 순발력과 기동성이 다른 고음 악기들에 전혀 뒤지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낸 바순의 유성권까지 뿔랑과 더불어 관악 음악의 보물인 장 프랑세의 곡들을 이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건 즐거운 유희였다.

이번 음악회의 방문 이유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앙상블 버전으로 듣고 싶어서 왔을 정도로 가장 관심이 가는 스테이지에서 손일훈은 악기들의 메커니즘에 입각한 효율적인 사용으로 악기들의 기능적 용법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음향적으로 한층 풍부하면서도 서로 간의 색채적이면서 집약적이 사운드를 끌어냈다. 드뷔시가 편곡한 베르가마스크가 아니라 손일훈의 스타일로 채색한 버전이었다. 지난 6월 18일날 들었던 Trio MEG 연주회에서의 편곡자 최영민이 떠올랐다. 손일훈이나 최영민이나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데 확실히 이들은 악곡을 분해하고 원형을 알아먹기 힘들 정도로 쪼깨면서 자의적 해석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선배 작곡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어법을 보이며 훨씬 대중친화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홀스트의 <주피터>야 워낙 원곡이 거대하고 방대한 사운드이기 때문에 누가 편곡하든 홀스트 마냥 두껍고 웅장하며 스펙터클하게 가면 되는거 뿐이고....(그래서 오늘의 끝곡이었다.)

작곡가 손일훈, 사진제공: 클럽 M
작곡가 손일훈, 사진제공: 클럽 M

여러모로 이번 음악회를 듣고 보면서 상술한 Trio & Ensemble MEG가 떠올랐다. 일단 그룹의 리더가 한예종 출신의 피아니스트다. (클럽 M은 김재원, MEG는 김용진) 그리고 한예종 출신의 남자 연주자들이 주축을 이루어 정통 유럽 클래식 레퍼토리를 선사하며 창작곡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음악작품들을 그들만의 편성과 버전으로 편곡을 맡긴다는 점도 유사했으며 둘 다 연주 말고 말을 많이 한다는 점도 똑같았다.(MEG의 김용진의 입담이 훨씬 구수하고 능숙하긴 하다.) 하지만 두 단체 아니 창백한 푸른 점에 기거하는 모든 음악인과 단체에게 바라는 점은 늘 똑같다. 바로 훌륭한 작품을 제대로 연마해 수준 높은 연주로 들려주는 변치 않은 연주자의 자세와 사명의 실현. 어렵지 않다. 오늘 장 프랑세의 <연인들의 밀회 시간>처럼 다음 연주회에서 하면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