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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55] 리뷰: 이동우 첼로 독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6.20 09:41
  • 수정 2022.06.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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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9일 일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그저 현대문화기획에서 주관하는 음악회 중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와 함께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하니 듣고 싶어 갔다. 첼리스트의 처음 입장부터 미샤 마이스키와 비슷한 범상치 않은 복장이 눈에 띄었다. 어딘지 부자유스러우며 경직되고 조심스러운 자세가 의아했다. 정년 퇴임한 노 교수의 독주회니 그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첫 곡이 끝나고 다른 첼리스트가 나와 음악회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서야 알았다. 그녀는 이동우의 딸이었고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전미영은 이동우의 부인이었으며 이동우는 투병 중이었고 오늘이 미국에서는 '아버지의 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피아노의 부인 전미영과 첼리스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딸 이경미와 함께 한 첼리스트 이동우

프로그램에 속지로 끼워준 음악교육신문의 기사를 인터미션 때 읽으니 지난 1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아 현재 4차 항암치료 중이며 22년간 몸담았던 울산대학교를 올해 3월에 정년 퇴임 후 첫 번째 무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처음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곡, 딸인 이경미와 함께 처음으로 연주했던 비발디의 <2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RV. 531>, 모든 첼리스트들의 분신과도 같은 그와 평생을 같이 한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까지 모든 프로그램에 이동우의 추억과 인생이 배어있었다. 일신상의 이유를 제쳐두고 이동우의 첼로 소리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명징했다. 한마디로 살아있었다. 비록 요즘 넘쳐나는 1-20대들의 비루투오서 같은 순발력과 움직임은 뒤지질 모르겠으나 발랄함이 생동했고 곡들이 오랜 기간의 흔적에 의해 체화되어 있었다.

이동우 첼로 독주회 포스터

인생에 대한 회고, 그 곡을 특히 좋아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젊은 날에 대한 자부심, 삶의 반추에서 오는 노스탤지어가 자욱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이동우 독주회에서 참으로 적절한 선곡이 아닐 수 없을 테다. 협주곡의 피아노 리덕션은 악기 불문, 웅장하고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전체 파트를 피아노 한대에 쑤셔 넣다 보니 테크닉적으로 독주곡보다 어려워져 버렸다. 피아노 한대로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구현한다는 자체가 무리이다. 오늘의 드보르작도 피아노 파트의 축약과 생략 그리고 점프가 너무 잦고 심해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의 음악적 맥락과 진행을 따라갈 수 없었다. 템포도 유기적이었다. 협연이라기보다는 입시나 콩쿠르 같은 철저하게 첼로에 포커스가 맞춰진 연주였다. 그에 반해 그의 딸인 이경미와 함께 연주한 비발디의 <두 개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 사단조>중 2악장은 바로크 음악 특유의 주고받는 구조가 부녀간의 짙은 교감과 깊은 밀도로 서로에 대한 위로와 사랑의 앙상블로 오늘 음악회의 백미였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마치고

올해 필자 주변의 음악인들 중 유난히 대학에서 정년을 맞은 이가 많다. 이동우 그리고 많은 은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년 퇴임은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한다. 잠시 멈추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방향을 달리하는 여생이 아닌 본생이 열린 거라고 한다. 예술에서는 정년이 없다. 예술가는 나날이 청춘이다. 유유자적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가 환희이자 감동이다. 평생 심장이 뜨겁게 뛰는 열정의 삶을 살고 있는 거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기립박수 치는 일가족 & 지인들

우리 사회도 젊은이들의 약진과 신인들의 출연에만 반짝하고 환호할 게 아니라 이런 노년의 대가들의 무르익고 완숙한 연주와 자세에 귀 기울이면서 세대통합과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 세상에 늙지 않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 역시 몇 년 후 지천명을 넘어 백발이 되면 창작과 필력은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건데 그때 지금의 나와 같이 하는 음악의 친구들(Musikus)과 변함없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참으로 복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인생의 동반자인 부인과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는 자식에 할아버지에게 첼로를 배우는 손자까지 첼리스트 이동우가 어서 빨리 완쾌되어 울산시향이랑 제대로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하는 이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울산으로 달려가는 게 대수냐!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을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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