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554] 리뷰: 트리오 MEG Season 2 'le chant d'amour' 사랑이 필요한 당신에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6.19 09:41
  • 수정 2022.06.19 0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6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Music Makes Everything Grow라는 슬로건으로 결성된 피아노 트리오 MEG의 2022년 시즌2의 첫 정기연주회는 하나의 테마로 익숙한 클래식 명곡들을 선정하여 네 명의 고정 편곡자가 'Re:Imagine"하고 2부에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트리오 MEG만의 고유 콘셉트로 이어갔다. 피아니스트 김용진, KBS교향악단 첼로 부수석인 윤여훈에 새롭게 영입한 바이올린의 김성호가 '사랑의 노래'(Le chant d'amour)로서 사랑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사랑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김성호, 피아노 김용진, 첼로의 윤여훈

에릭 사티의 <Je Te Veux>(난 당신을 원해요)는 최근에 We Soloists에서 발표한 작곡가 신만식의 <If I....>의 "내가 만약 베토벤이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프랑스의, 프랑스에 의한, 프랑스를 위한 전형적인 프랑스 감성의 작곡가인 사티가 "만약 독일에서 태어났다면"이라는 상상의 산물이다. 프랑스와 독일..... 바로 인접한 나라지만 확연히 다른 민족성... 사티가 아니라 편곡을 한 최영민이 곡에서 연상된다. 사티가 아니라 최영민이 바라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음악 스타일과 구조가 투영된다. 마치 신만식의 질문처럼 "편곡자인 최영민이 독일에 태어났더라면...."

6월 18일 토요일 오후,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있었던 TRIO MEG의 2022시즌 2 정기연주회 포스터

드뷔시의 <달빛>에서는 온음이 섞인 화음 변화들과 함께 선율이 살짝 채색되더니 4음의 프레이즈 음형의 피아노에서 반복으로 풀려난다. 편곡자 부부인 장대훈과 조안나와 드뷔시 원곡에서의 16분음표 진행은 어떤 점이 다를까? 내적이고 심미안적인 원작자의 성향과 갇혀 있음을 탈피하고 달빛으로 가는 외적 지향을 담고 있는 차이지 않을까? 달빛이 나를 비춰 나를 담아두는 게 아닌 달빛이 비치고 가리키는 곳으로 내가 나아가고 싶구나....

편곡이란 여러 개념에서 원곡의 선율을 다른 악기에 배당하거나 베껴쓰기(그녀의 발언이다)를 피하고 삼가는 강종희 답게 이번 리스트의 <사랑의 꿈>도 오늘 발표한 4곡의 다른 작품들 중에서 가장 원곡에서 멀고 흔적이 지워져있고 분해되어 있다. 비교적 긴 피아노 솔로 전주 후에 리스트의 <사랑의 꿈> 선율의 음정 구조에서 착안된 현악의 멜로디(일반인들은 절대 리스트의 멜로디라고 인지하지 못할)가 흐르다가 갑자기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페트라르카의 소네트>가 연상되는 격렬한 악구가 절정으로 솟구치다가 갑자기 딱 끊기면서 맥(Meg)이 빠진다. "원곡을 좀 그대로 하면 어때서?"

Trio Meg의 멤버들의 프로필과 공연 프로그램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편곡 최영민)에서는 앞의 사티에서 의도적으로 희석되었던 프랑스 에스프리가 빈의 기상과 어울려 사랑이 샘솟는다. 바이올린의 우아함과 첼로의 중후함이 조화를 이룬다. 음악회의 취지이자 목표이기도 한 이 세상의 불특정 모든 대상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그래서 연주에 앞서 관객들에게 할 말이 없냐는 김용진의 질문에 바이올린 김성호의 답이 정답이며 다른게 더 필요 없었다. 김성호의 대답은 "로즈마린 연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였다.

2부는 정통 클래식 무대이다. 마이크도 내려놓고 연주에 집중한다. 트리오 MEG와 리더 김용진은 균형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성과 예술성 2개 모두를 지향하고 도전하며 이루어간다. 1부가 무슨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았다면 2부는 연미복 입은 남자들의 엄숙한 실내악 연주회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고 생소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피아노3중주다.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1대 교장이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학한 3명의 부심이 역력히 서려있다. 이게 바로 진정한 클래식 대중화다. 1부에서 그쳤더라면 수많은 유튜버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엔터테이너에 다를 바 없겠지만 훌륭한 작품을 제대로 연마해 수준 높은 연주로 들려주는 그 작업이 연주자의 자세이자 사명이다. 트리오 MEG을 통해 국내에선 거의 연주되지 않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피아노3중주를 실연으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1부 마지막에 김용진이 관객들에 바람을 넣은 바람에 악장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가 옥에 티였다. 다시 한번 서두의 신만식이 소환된다. 그 신만식의 작품이 발표된 바로 일주일 전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의 We Soloists에서도 똑같이 베토벤의 현악4중주 악장 사이사이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와 2부에선 박수를 삼가고 지양해 달라는 요청이 있고서야 진정되었는데 오늘은 하고 싶으면 신나게 하라는 김용진의 옆구리 찌르기가 있었던 바람에 그토록 김용진이 열심히 연마를 했던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화려한 프레이즈와 선명하고 맑은 바이올린의 소리, 올 2월 아베끄 때와는 또 다른 첼로의 안정감에 몰입하고 더욱 진중하게 파고들 수 없었던 아쉬움이 짙다. 3악장에서 보여주었던 광활한 대지 위의 고요함과 망망대해에서의 오직 별자리만 보고 나아가는 항해의 심정과 동경 등에 더욱 밀착되고 침삭되고 싶었는데...... 3악장 엔딩에서의 두 현악기의 절묘하고 집중력 높은 밀착으로 인해 생긴 마치 뱃고동 같은 파장과 거기에 올려진 피아노의 사라방드 리듬에 더욱 빠져들고 싶었는데..... 필자만 이번에도 외딴섬이었다.

무대인사하는 TRIO MEG 

연주자야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 사기가 진작되고 흥이 나고 기쁘겠지만 음악의 전달자, 해석자란 측면에서 인기와 갈채보다 앞서 위대한 작품들의 이상과 뜻을 충실히 재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악장 사이의 박수는 치지 말아야 한다. 모르고 치거나 정말 자기도 모르게 음악의 기쁨과 감동에 취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박수야 어쩔 수 없고 공감하지만 단언컨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트리오를 알거나 한 번이라도 들어본 관객들은 없었을 오늘의 콘서트에 올바른 클래식 음악 관람 매너와 에티켓을 전수하는 것도 김용진 같은 인플루언서가 해야 될 몫이다. 하긴 어떤 연주자는 자신의 예당 독주회에 중국인 유학생 제자가 버젓이 연주 도중 핸드폰으로 촬영한 걸 자신에게 보내줬다고 자랑삼아 SNS에서 올리기까지 하더라. 그만큼 클래식을 배운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음악관과 자세가 다르지만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고 음악으로만 인정하고 싶은 건 오직 나만의 소망일까?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