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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51] 리뷰: 2022년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요리사 랄프의 꿈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6.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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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사단법인 더뮤즈오페라단(단장 이정은)이 제작한 에드원드 반스(Edward Barnes) 작곡의 <요리사 랄프의 꿈> 중 막공인 6월 5일 일요일 오후 3시 차를 관람하고 왔다.

무슨 개그콘서트 녹화현장 같았던 분위기의 더뮤즈오페라단의 요리사 랄프의 꿈

기승전결이 있는 한편의 콩트라는 포맷으로 철저하게 주 관객인 어린이들과 고사리 손을 잡고 온 가족들에 맞춘 공연이었다. 어떻게 하면 흥미를 잃지 않고 오페라, 또는 공연예술이라는 장르를 체험하고 미래의 관객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배려하고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제작사인 더뮤즈오페라단의 오랜 기간 동안 몸소 현장에서 부딪힘으로 터득한 노하우와 경륜이 엿보였다. 방향성과 지향하는 바가 뚜렷했다. 그래! 어린이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들의 유머 코드와 생리를 철저히 파악, 지루한 틈을 주지 않고 집중력을 잃지 않게 임팩트 있게 진행한다. 어설픈 잡탕이 아니라 확실한 타깃을 정해 공략한다.

출연진들의 커튼콜

소피(배우 엄선영 분)가 설명한 장면전환이 필수인 스테이지 공연에서의 암전 시 주의 사항에 대해 안내, 분홍색의 프로그램 북을 펼치자마자 출연진 소개에 이어 오페라에 대한 설명과 관람 시 에티켓, 퀴즈와 숨은 글자 찾기 등 마치 에듀클래식 음악잡지 같은 부담 없고 친근한 폰트와 편집, 엄숙하고 근엄한 예술의전당 오페라라기보다는 무슨 마포아트센터 맥이나 KBS홀에 가서 어린이 뮤지컬, 인형극, '번개맨'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 조성, 무엇보다도 오페라의 가장 큰 어려움인 언어적 장벽을 제거한 번안, 어디선가 들어본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들의 파편을 곳곳에 숨겨 놓으면서 무대 양옆의 스크린에는 출처를 동시에 알려주는 교육적 방법, 주옥같은 아리아들이 한 소절식 나오면서 처음부터 음악이 주가 되는 오페라 감상의 부담을 주는 중압감에서의 탈피. ‘한국형 가족오페라’로 언어만의 변환이 아닌 이 땅과 현실에 맞는 토속화가 무엇보다 의의가 크고 강한 공감대를 형성을 위한 노력과 성과라 할 수 있다.

에드위나 역의 소프라노 송난영과 랄프 역의 테너 윤주현

그 목적에 너무나 충실하게 출연진들은 마치 더뮤즈오페라단과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한 사람들과 같은 끈끈한 파트너십을 보였다. 더뮤즈오페라단의 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그걸 실현하기 위한 자세와 마인드가 탑재되어 있었다. 흔히 순수예술계에서 보이는 어설픔에서 벗어나 무대 위에서, 한 시간 동안의 공연시간만큼은 공연 주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벽하게 관객의 입에서 '티켓값' 아까지 않다고 할 정도의 퀄리티를 선보였다. 지인 위주, 학예회 수준에서 벗어나 상업적인 공연의 척도를 충족하고 보여줬다. 랄프(테너 윤주현)와 에드위나(소프라노 송난영)는 정통으로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지만 여기서만큼은 그런 티가 전혀 나지 않으며 대학로의 숙련된 뮤지컬 배우 같았다. 악당 빅알 역의 바리톤 염현준은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갱단 두목 '쉰옥수수'였다. 포스는 대부의 돈 꼴레오네 저리 가라지만 그 육중한 덩치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귀여운 허당끼가 배꼽을 빠지게 만들며 무슨 동네 바보형 같은 개그콘서트에서나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3명의 악당(배우 고동균, 오승준, 전대현)은 극에 깨알 같은 재미를 제공하는 씬스틸러다. 도레미송을 부르는 다섯 명의 소녀(이름도 무시무시한 소리마녀합창단) 뒤에서 어느 누구보다 신나서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는 아줌마 부대들과 함께 난생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다 친구이고 하나가 되어 극을 즐겼다. 역시 무대 위의 사람은 관객의 호응와 박수에 힘을 얻고 그 맛에 무대 위에 선다는 게 여실히 보였고 관객의 박장대소와 호응에 그들도 텐션이 올라 행복해 보이고 더욱 양질의 공연을 보여주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빅알 역의 바리톤 염현준
빅알 역의 바리톤 염현준

다만 그러다보니 포기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다. '부두의 미스터리'라는 30분짜리 단막 오페라를 각색했다 보니 원작의 반스는 이 공연을 보고 이대로의 편집과 각색에 동의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슨 대극장도 아닌데 성악 발성의 오페라 아리아를 핀 마이크까지 해서 들으니 귀에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이 정도의 팀워크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내 공연 환경에서 쉽지 않고 알게 모르게 여러모로 희생이 따랐을 건데 하는 식자우환이 발동했다. 물론 재미있고 관객의 호응이 있다면 모든 게 용서될 수 있다 하더라도...

신 스틸러 3인방
신 스틸러 3인방

막이 내리자마자 재빠르게 로비에 나와 배너 앞에서 어린이 관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며 확실한 팬 서비스를 보여주는 출연진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에는 막대사탕을 선물로 주니 입에 물고 손에 V자를 그리면서 바리톤 염현준, 배우 이환의와 사진 찍으며 행복해하는 어린이들, 중구난방, 각자도생, 동종업계 사람들만의 시각과 관습에서 벗어나 같이 웃고 우는 한국판 마당극이었다. 소극장 벽에 캐리커처로 그려 넣은 오늘의 출연진 안내를 몰라 프로그램 북만 뒤지던 한 아재에게 친절하게도 소극장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여줬던 옆 좌석의 여자분까지, 엄숙·진지·근엄이라는 한국 오페라의 고정을 깬 마치 시끌벅적한 유럽의 시골 소극장 같은 문자 그대로 오페라 축제장이었다.

소리마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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