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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49] 리뷰: 2022년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부채소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5.28 08:52
  • 수정 2022.05.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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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음악(대표 윤현진)이 제작한 정미선 작곡의 <부채소녀> 공연 중 프리미어 5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차를 관람하고 왔다.

NMK의 대표이자 지휘자 윤현진과 출연진들의 커튼콜

한국의 전통 춤인 부채춤과 칼춤을 소재로 하여 판소리와 성악,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융합을 통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이번 작품은 과연 전통적인 범주에서 오페라에 포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자아낸다. 판소리 자체가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한 개념의 우리나라의 무대공연이기 때문에 판소리와 성악의 결합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또한 2020년대 시대정신에 동서양의 구분과 전통의 편협한 고집을 고수할 이유는 없으며 오페라의 정의 또한 기술의 발달과 거기게 빠르게 적응하고 선도하는 대중들의 기호의 취향에 맞춘 발 빠른 대처와 변화로 바뀔 수밖에 없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지 하나의 장르로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부채소녀'는 관중이 동화되어 같이 즐기고 몰입하는 해학과 카타르시스의 시원한 분출 또는 압도적인 스케일에서 오는 무한감동 같은 오페라의 원천보다는 연극, 판소리, 무용이 가미된 무대극이라 할 수 있다.

칼왕자역의 소리꾼 오단해가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화답하고 있다.

‘음악 속 화합’을 주제로 양악과 국악, 시각과 청각, 고전과 현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나와 타인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것들의 조화’를 이룬다는 콘셉트는 현시대 예술의 단골 주제이자 과제이며 이런 시도 자체가 다른 무엇보다 높은 주목을 받는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있는 클래식 곡을 국악기로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고 쑥대머리, 태평가를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등의 시도, 창작 극장이네, 도시재생이네, 창작 아카데미네, 폐공장의 재활용이네 등등의 장르의 융복합과 왠지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듯한, 몇몇의 먹물들이 그저 설정해 놓은 '예술과 기술', '현재와 미래','얼터너티브와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와 그들의 기조에 들어맞는 조합은 단어만 나열해도 있어 보이고 멋지고 '진보'적인 예술 같다! 그게 먹히는 유행 기간이 있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잘 만들어진 서류와 번지르르한 PPT로서의 현혹이 아닌 현장에서 실연되어 그걸 보는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판단해야 되는데 매번 예술에서는 허세가 실속보다 우위에서 허영을 일삼아 왔었다.

가운데 왼쪽의 빨간옷의 마녀 역의 소프라노 이다미와 부채소녀 역의 소리꾼 오인해

그런 의미에서 '부채소녀'를 올린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의 용기와 도전을 치하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2013년부터 공모를 통해 민간 오페라단이 자체 제작한 오페라 작품을 선정하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간 오페라단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데 축제를 처음 시작할 때 10억을 지원받아 4개 단체에 배분한 게 단체는 늘었는데 지원 금액은 반절 이상이 깎이고 올해는 2021년과 마찬가지로 4억 5000만원을 받아 한국적인 소재를 차용하지만 대중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실험작인 NMK의 '부채소녀'를 파격적으로 이번 축제에 포함시켰으며 다음 주, 정확히는 6월 3일부터 5일까지는 어린이 & 가족 대상의 오페라 '요리사 랄프의 꿈'(더뮤즈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면서 그들의 오페라 저변 확대와 레퍼토리 발굴, 신진예술가의 고용과 오페라단/연주 단체에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막이 내리고 지휘자 윤현진이 최창근 연출과 최수진 안무감독을 객석에서 찾고 있다. 

오페라계는 그만큼 지원하고 오랜 기간 해왔으니 이제 삭감된 예산과는 별개로 자발적으로 돈을 벌고 대중들과 가까워저야 한다고 한다. 재미가 없으니 결국 대중들에게 외면받는다고 공격받는다. 그러면서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심지어는 보지도 않은 사람들(사실 그건 오페라의 실제적인 종사자인 성악가들도 마찬가지다. 노래에 대해 아는 체, 라때는 말이야~~말고 자신이 정작 일 년에 지인들 하는 거 빼고 오페라를 몇 번이나 보러 가는지 자문해 보라! 또한 자기는 정작 여러 가지 이유로 오페라를 하지도 못하면서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그리고 오페라라는 무대에서 막상 노래를 부를 때 최고의 기량과 완성도가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길 바란다)이 예산을 심사하고 오페라를 재단하고 오페라의 목줄을 쥐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동분서주에 더 많은 성악가들의 참여와 인적물적지원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침체된 클래식 공연예술계에 희망과 열정을 불어 넣어야 한다.

앙증맞고 귀여운 그러면서도 환경을 보존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깃든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설문지 선물
앙증맞고 귀여운 그러면서도 환경을 보존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깃든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설문지 선물

'부채소녀'는 단막극에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막이 내려도 뭔가 허전하다. 꺼림칙한 기분과 표정으로 다시 로비로 나오면 아쉬움을 달래줄 조직위원회 직원들의 설문조사 참석 권유 소리가 들릴 테니 꼭 하길 바란다. 설문조사를 마치면 귀여운 상품을 선물로 준다. 처음엔 '이게 뭐지? 요요인가?'하는 지극히 아재다운 상상을 하게 되었지만 뜯어보면 안다. 오늘 28일, 내일 29일 두 번의 '부채소녀'가 남았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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