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숙 한자교실] 붕괴(崩壞)
윤석열 정부 출범일인 10일 코스피가 엿새째 하락하며 2,6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건 2020년 11월 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이번 한자 교실에서는 붕괴(崩壞)를 파자로 알아보겠다.
‘崩’ 자는 메 산(山), 벗 붕(朋)의 조합이다.
갑골문을 보면 ‘山’ 자는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와 가파른 능선을 나타낸 것으로 ‘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朋’ 자는 두 개의 달 월(月) 자를 나란히 표현한 것이지만 네이버 한자사전의 그림을 보면 달과는 관련이 없다. 이것은 고대(古代)에 화폐(貨幣)로 쓰였던 자패(紫貝) 조개를 엮어 양 갈래로 늘어트린 모습으로 ‘돈뭉치’를 표현한 것이다.
고대에는 조개를 보배로운 재물(財物)로 여겼고 서로 연결된 모습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벗’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벗’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열 개의 조개를 끈에 꿴 것을 일붕(一朋)이라고 한다.
‘崩’ 자는 줄이 끊어져 조개가 쏟아지듯이 산의 토사가 무너져 내린다는 뜻으로 ‘무너지다’, ‘훼손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또 다른 파자로는 태산 [山] 같이 믿었던 친구[朋]도 돈 문제와 관련되면 우정도 훼손된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壞’ 자는 흙 토(土), 품을 회(褱) 자의 조합이다.
‘褱’ 자는 옷의(衣), 그물 망(罒), 물 수(水)의 조합이다. 여기서 ‘水’는 눈물을 의미하고, ‘衣’는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을 표현했으며, ‘罒’ 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褱’ 자에는 ‘품, 가슴, 마음, 생각, 기분’이라는 뜻이 있다.
‘褱’ 자는 옷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고, ‘土’ 자가 결합한 ‘壞’ 자는 흙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슬퍼하는 뜻으로 ‘무너지다’, ‘허물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土’ 자에는 ‘살다, 자리 잡다’라는 뜻이 있다. 곧 삶의 터전에 비유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증시는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릴 정도의 급락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발 전쟁, 중국의 지역 봉쇄, 물가 폭등, 금리 인상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하락의 바닥이 어디인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주식 시장 붕괴로 인해 개미 투자자들은 코로나에 이어 또 한 번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오르던 주가의 흐름도 이번에는 거꾸로 가고 있다.
‘壞’를 파자로 풀이하면 삶의 터전이 무너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