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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46] 리뷰: 2022년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5.01 10:21
  • 수정 2022.05.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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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30일 토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2022년 4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제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누오바오페라단이 제작한 마스카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공연 중 4월 30일 토요일 오후 7시30분차를 관람하고 왔다.

누오바오페라단(단장 강민우)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

남녀 간의 사랑, 질투, 증오와 살인이라는 주제의 두 오페라는 각각 80분의 비교적 짧은 상연 시간과 유사한 분위기로 인해 세트로 묶여져서 자주 무대에 오른다. 마치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80년대만 해도 흔했던 극장의 동시개봉과 같다. 지금식으로 따지면 한 장의 표로 엄연히 서로 다른 두 개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으니 1+1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평에서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과 출품한 누오바오페라단 그리고 오페라 2작품에 대한 설명, 연출상의 의도와 무대배경, 세트 등은 스킵하고 음악적인 요소에만 집중하겠다.

토니오 역의 바리톤 제상철

가면극과 실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극이며 배우의 눈물은 연기지만 대본을 쓰는 작가는 실재 인생의 한 단면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토니오가 역설하면서 극은 시작한다. 이는 나중에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의 파리>에서도 쓰인 용법으로서 오페라 전체를 관통하는 요점을 한 줄로 요약한 거와 마찬가지다. 이 프롤로그를 토니오로 분한 바리톤 제상철이 바람잡이, 호객꾼의 역할로 수행하고 객석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힌 후 사라졌다. 막이 오른 <팔리아치>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랑극단의 형형색색의 복장과 마을 사람들의 환영은 마치 서커스에 온 거 같이 즐겁게 한다. 마스카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린 부활절이 배경으로 나오면서 19세기 당시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의 삶과 터전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의 3대 수훈자가 있다.

위너오페라합창단(단장 박순석)

먼저 양진모가 지휘한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유려하면서도 힘찬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목관악기들의 현란한 움직임과 후반부에 가서 집중력이 떨어져 비록 고음에선 하나의 소리가 나지 않고 갈라지는 부분이 있긴 했으나 탄력을 유지한 현악부는 양진모의 정확한 비팅과 오페라에 대한 높은 이해와 구성력으로 드라마틱하면서도 채색적인 관현악으로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여기에 특히나 첼로, 콘트라베이스 같은 저음악기들의 안정성이 돋보였다. 장면과 상황의 전환, 이야기의 진행 및 연결, 복선과 묘사 등 무대와 언어라는 한정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요소들을 담당한 기악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다음으로 위너오페라합창단의 결집력과 스텍터클은 활력과 박력을 더해주었다. 그들은 연기와 노래 그리고 무용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추며 무대극으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느끼게 해준 멀티플레이어들이었다.

실비오 역의 바리톤 백진호

율동, 연기, 노래라는 삼박자에 귀여움까지 첨부한,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 아름불휘 어린이합창단의 발랄함은 정말 이탈리아까지 가지 않고 과거 우리네 시골마을, 마치 옛날 드라마 <전원일기>의 양촌리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치정의 이야기 그 자체를 만드는데 톡톡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민중과의 이런 접촉에서 음악적 즐거움이 살아나고 민중적 기원과 감정에서 우러난 노래들이 조화를 이루어 어찌보면 굉장히 이탈리아에 의한, 이탈리아다운 오페라 두 편인 <팔리아치>와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매력이자 한계를 이역만리 한국에서 정확히 짚고 전개해 나간 셈이다.

커튼콜, 맨 왼쪽이 로라 역의 메조소프라노 손혜은 

<팔리아치>에서의 펩페역의 테너 원유대가 눈에 띈다. 맑고 깨끗한 소리가 시원스레 무대를 뚫고 나왔다. 성악과 함께 체계적으로 오페라에 대한 훈련을 받은 흔적이 엿보이는 테너였다.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로라역의 메조소프라노 손혜은은 시종일관 극적 긴장감을 고취하고 드라마를 풀어가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소리에 묻혀 밸런스를 찾지 못한 두 편 모두의 주조연들 가운데서 "나야말로 진정한 오페라 가수다"라고 뾰족한 송곳이 답답한 주머니를 꿰뚫고 나와버리듯 성량과 연기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거기에 가발을 착용해 알아보지 못한 실비오 역의 바리톤 백진호와 역시 노파로 변해 객석에선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던 애리조나 주립대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신진희의 열연과 열창이 만족스러웠다.

메조 소프라노 신진희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그 유명한 2막 전주곡에서 음악이 가진 평화롭고 따뜻한 기운에 편승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은 자들과 헌신한 의료진들을 위로하고 노고에 감사하고 요즘 핫이슈 중의 하나인 전쟁까지 언급하며 전쟁이 지구상에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스크린에 띄어졌다. 극의 내용과는 하등 연관이 없고 생뚱맞았지만 이게 오페라라는 장르가 시류에 영합하고 시의적절한 대처이자 유일하게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팔리아치>는 광대들의 극 속의 극이라는 특징으로,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 최남부의 시칠리아를 관광명소로 부각시키며 부활절이라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까지 소재로 사용하여 음악말고도 뭔가 말할거리를 제공한다. 사람들에게는 이게 추억거리고 매력 포인트다. 그래야지 오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발걸음을 할 거다. 전공자들을 제외하곤 그것도 음악 전체를 듣지 않고 오직 '의상을 입어라' 하나의 노래를 듣고 감동에 빠지고 노래로서 재미를 느낄 사람은 턱도 없이 적다. 그저 음악만 즐기고 같이 따라 부르고 심취하고 즐기기에는 시대와 문화적 배경, 풍토가 너무나 다르니 오락이 되지 못하는 판국에 성악이 주가 되는 오페라가 성악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대중들과 호흡하려면 항상 그래왔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음악에만 국한해서 리뷰를 남기겠다고 서두에 호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외적인 토픽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이게 2022년 4월의 한국 현실에 지극히 맞아떨어지는 사실주의(Verismo)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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