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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42] 리뷰: 2022 교향악축제 목포시립교향악단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4.23 08:49
  • 수정 2022.04.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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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2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0년만에 참가한 교향악축제에서 보여준 목포시향 - 앞으로 10년간 보여주기 힘든 놀라운 응집력을 보이다.
세계 탑클래스 수준의 호르니스트 김홍박의 한국인이라고 믿을 수 없는 탈한국인화.

매년 교향악축제에 올 때마다 예전 군악대 복무 시절, 1년에 한차례식 치르던 측정이 연상된다. 전국에 산재한 군악대의 실력을 문자 그대로 책량해서 등수를 매겨 급을 나누고 평가한다. 간부들에게는 고과와 진급이, 악단에게는 자존심이 걸려 있는 대결의 장이다. (대결이라고 하면 너무 군대스러우니 경연의 장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4월 2일부터 24일까지 매일(월요일 제외) 1일 1개 교향악단이 공연을 펼치는 올해 교향악축제에 목포시립교향악단이 10년 만에 참가했다. 딱 1년여 전인 2021년 4월에 목포시향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앙상블 텐텐의 음악감독이었던 정헌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호르니스트인 김홍박이라는 두 명의 걸출한 젊은 예술가들 진두에 서서 목포시향을 서울에 끌어올렸다.

지휘자 정헌과 목포시립교향악단, 사진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연

언제 또 올지 몰라서일지 몰라도 일반적인 목포에서의 공연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대규모의 편성과 신박한 레퍼토리에 실로 위풍도 당당하고 기치도 휘황찬란했다. 하이든의 호른 협주곡에서는 심지어 쳄발로까지 공수해 원곡의 묘미를 살리고 브람스에서는 4명의 타악기 주자까지, 정말 그 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인원의 동원되었다. 첫 음부터 이들이 얼마나 국내 교향악단의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교향악축제 참가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연습과 수련을 했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높은 응집력과 조직력을 보여줬다. 정말 일체 단결,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모토가 들어맞을 정도로 단합하여 4월 22일의 예술의전당 무대의 성공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는지 알 수 있었다.

Veni, vidi, vici

하이든의 호른협주곡을 협연한 김홍박은 인체공학적으로 동양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서양금관악기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한국 출신 호르니스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되고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어 거구들이 즐비한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그것도 수도인 오슬로 교향악단(우리 식으로 치면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에서 수석으로 재직하고 있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특히나 2악장의 카덴짜는 깊은 노르웨이의 숲과 호수에서 불어오는 듯한 자연의 숨소리가 예당 콘서트홀의 구석구석까지 미치면서 마치 그 순간만큼은 시공간이 멎은 거 같은 광활한 자연의 메아리였으며 3악장의 혀를 내두를 정도의 빠르지만 안정된 텅잉과 속주는 호른협주곡으로서의 명연이었다.

한국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의 완벽한 호른연주를 들려준 김홍박

아놀트 쇤베르크가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의 브람스 피아노4중주에서는 정교함과 섬세함에서 작은 미스가 남발되었다. 차라리 브람스의 교향곡이나 드보르작 또는 차이코프스키를 했다면 이런 점들이 중화되었을건데 곡 자체가 내포한 젊음에 그리고 축제라는 분위기에 연주자들도 곡의 진행과 고조에 따라 평정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으리. 항상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원곡인 실내악 편성이 오케스트라 편곡보다 훨씬 폭발적이고 젊음이 용솟음친다. 이걸 크게 불려 놓았으니 제어하기 힘든 건 당연하다. 거기다 하필이면 4악장 끝부분의 현들의 상향 스케일 부분에서 악보를 넘기게 되어 소리가 막 고조되다가 의도치 않게 갑자기 갈라지고 분산되고 소리의 싱크홀이 생긴 건 악보 편집에서 온 명백한 인재(人災)다.

보아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꽉 채운 저 위풍당당한 목포시향의 모습을!

측정을 위해 한 달 넘게 강훈을 하면서 외부에서 강사를 영입해 특별레슨도 받고 철야도 하면서 온 기를 소모하며 잘 넘기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했던 건 측정을 위한 실력 연마와 지원, 연습이 아니라 장기간 그 실력과 모습을 유지하는 거였다. 한 번으로 반짝 그치면 안 된다. 그러려면 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과 관심은 절대적이다. 간섭하지 말고 믿고 맡겨야 오늘 목포시향이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 전남 유일의 시립교향악단으로 예향 목포의 위상을 빛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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