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에세이 추천]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권용
  • 입력 2022.04.14 17: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현재의 삶을 탈피해 새로운 인생을 꿈꾸곤 한다.

어차피 먹고 사는 일은 괴로운 것이다. 이왕이면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일,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시작한 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정도의 수익을 만들어주냐는 모르는 일이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것이다.ⓒ권용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것이다. 본 기자 역시 적당한 양의 소설을 읽고 부족한 글쓰기를 이어가며 "언젠가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보곤 했다.

누구에게나 상상할 수 있는 권한은 자유롭게 주어진다. 다만 그것을 실행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내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라든가 또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할텐데"라는 어정쩡한 두려움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경험들로 무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빼앗곤 한다.

우린 소설가라는 직업이 무엇이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알 수 없기에 밀려드는 두려움으로 지금 이 순간 펜을 드는 것을 주저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창작하는 꿈, 소설가라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이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애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봤을만한 책이다. 소설 속 세상이 아닌 있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로 살고 있는 하루키의 진실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독자들은 그가 만든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루키라는 인물을 상상해야만 했다. 다른 에세이 작품이 여럿 나와있긴 하지만 그가 스스로 소설에 대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기엔 이 책이 출간(2016년 4월 25일)된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다.

그는 자신이 위대한 소설가가 됐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며 평가한다. 물론 이 책에서 '위대한'이라는 단어가 나오진 않지만, 하루키를 알고 있는 모든 독자들은 그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서 뭔가가 하늘하늘 천천히 내려왔고 그것을 두 손으로 멋지게 받아낸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운명적인 순간이었다라고 할까? 그렇게 야구장에서 야구 관람을 하다가 전해진 순간적인 느낌으로 바로 만년필과 원고지를 구입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작필한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반년만에 써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는 글쓰기, 소설 작품을 쓰는데 있어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하루키와 같은 소설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하루키는 "누구나 쓸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을 이 책을 통해 풀어 놓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수익을 유지하는 일, '소설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고충과 어려움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그 밖에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진솔되게 풀어내는 이야기 형태로 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방법까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소설을 쓰는 방법 보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로 살아가게 된 이유와 그 삶을 유지하고 이어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큰 틀에서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역시나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소설을 써보겠다 마음 먹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이렇게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면서도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 '순간의 선택'은 당분간 하지 못할 것 같다. 비록 나 자신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언젠가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이 책을 읽은 것에 대해 후회는 남지 않는다. 그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하루키의 글을 읽고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은 아니지만 평소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적어도 어떤 배경으로 그가 작가로의 인생을 시작했고, 작품을 써내려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기에 하루키의 팬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6년 4월에 출간된 책으로 그 사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소설가로서 하루키가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작가라는 직업으로 글로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는 사람들은, 진솔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있어 자신을 속이는 허투른 글로 독자들을 속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했던 하루키라는 작가의 모습을 바라보기에 이 작품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나만의 작품을 꿈꾸는 사람들,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하루키를 좋아하고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추천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