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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39] 리뷰: 소프라노 김지혜 독창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4.04 09:39
  • 수정 2022.04.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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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3일 일요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내복은 한글날에 입고 식목일에 벗는 거라는 어느 원로 성악가의 말마따나 봄 내음이 만연한 일요일 오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아름의 반주로 소프라노 김지혜의 독창회가 열렸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음악대학교 -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대학에서 수학했다. 그것도 모자라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하고 귀국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남대학교에서 음악학 실기 박사(합창지휘)까지 취득하였다고 하니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를 고루 거친 음악인이다.

피아니스트 김아름(좌)와 소프라노 김지혜

작년 2021년 4월, 역시나 이번과 마찬가지로 피아노의 김아름과 같이 한 독창회가 무관중이었다면 오늘은 관객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독창회의 프로그램은 바로크 오라토리오로 시작해 1부에서 독일가곡을 2부에선 오페라와 아리아와 한국가곡 그리고 어네스트 찰스의 영미가곡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소프라노 독창회였다.(일본노래가 끼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건데)

소프라노 김지혜는 독일어든 영어든 프랑스어든 한국어든 자기만의 발성과 딕션으로 소화해 내며 단아하고 얌전하게 음악회를 이끌어갔다.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언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꼽는 ‘그리움(Sehnsucht)’이 빛나는 괴테의 시에 차이콥스키가 곡을 붙인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라는 가곡을 듣고 가슴 한구석이 깊이 가라앉았다. 에두어드 뫼리케의 시인 <은둔>에 곡을 붙인 볼프의 <Verborgenheit>(어찌된게 프로그램북에는 '은거'라고 번역을 하였으나 '은둔'이라는 제목이 한국에선 더 통상적이다. 어차피 독일어 번역을 한자로 직역한 거니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만....)는 고뇌하고 방황하는 젊은이의 절규와 외침이 절절히 흐르면서 볼프와 뫼리케의 고통을 절감했다.

무대인사하는 소프라노 김지혜

김지혜의 노래는 이런 고난과 고행보다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의 '보석의 노래'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계속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실컷 부를 수 있게 김지혜의 장도를 축복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은 그리고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이 엔데믹이 되는 해방처럼 빛나길 기원한다. 이제 다시 발랄하게 나물을 캐는 시절이 왔다. 앙코르로 부른 현제명의 <나물 캐는 처녀>의 정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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