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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사 이전 신중한 판단 있기를

정문섭 전문 기자
  • 입력 2022.03.19 16:10
  • 수정 2022.03.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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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전, 시간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정책은 기본적으로 법, 사람, 돈을 기반으로 추진한다. 첫째, 법적 기반이 있어야 근거와 권위가 갖춰진다. 둘째, 정책을 추진하려면 조직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 후 만반의 준비를 하여 집행함이 수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광화문 청사 이전을 공약했다. 이를 검토하던 도중 느닷없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청와대 이전은 대통령의 안위가 관련된 일이고, 국민의 관심사가 높은 국가정책이다. 필요하다면 여야는 물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정식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절차도 없이 점령군처럼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한다.

용산 국방부는 국가안전을 위한 중추 시설이자, 정보 시스템/방호시설/전문공간 등 대내외 안보 상황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시설과 전문시스템을 갖춘 군의 핵심시설이다. 국방부 이전은 한 개인이 이사하는 문제가 아니다. 근무하는 군 관계자만 4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당장 짐을 쌀 준비를 하라고 하니 멘붕이 왔다고 한다.

보도처럼 계룡대로 이전한다든가 하면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이들도 아내가 있고, 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있을 터, 한 달 보름여 만에 급히 짐을 싸서 대체 어디로 나가란 말인가. 막 취임하는 대통령을 위해 고스란히 피해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5년 임기를 마치고 떠날 대통령이 전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국방부 시설과 공간을 차지하겠다고 하니 답답해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역할은 나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국민의 머슴꾼에 불과하다. 애민정신을 가지고 국민의 삶과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다. 청사 이전보다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국방부 이전'에 대해 서두르지 마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로 이주하면 이곳에 근무하던 인원은 시설이 정상 가동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새로운 거처를 찾는 작업은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금방 처리될 수도 없다. 더구나 이전시설은 국방부 청사다. 이 기간에 남북 간의 분위기가 험악해져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나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구한말 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을 위해 원납전을 거두는 등 왕실의 위엄을 찾겠다고 왕권 강화에 힘을 쓰다가 민심도 잃고 나라도 빼앗겼다. 불과 110년 전의 일이다.

혹여라도 점령군처럼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이곳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짐을 싸서 나가는 진풍경을 보는 날이 실제로 온다면 지켜보는 국민은 어떤 심정이 될까.

영화 곡성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수룩한 경찰 아빠를 바라보는 똘똘한 딸내미가 사건을 캐묻는 아버지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청와대 이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코로나로 죽을 맛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문제에서부터 청년실업, 산불 피해 대책 등 대통령 당선인이 할 일은 태산처럼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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