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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35] 21세기 대한민국 음악회장 천태만상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3.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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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음악회 도중 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사례 1: 패딩을 입은 관객에게 패딩을 벗고 관람해달라고 요청을 하니 왜냐고 되묻는다. 소리가 난다고 하니 돌아온 건 "소리 안 나게 할게요"라는 답변이니 이래저래 서로 간에 마음만 상해 음악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추울 수도 있고 패딩을 입을지 벗을지는 본인 선택이지만 결론은 연주 중에 자꾸 움직여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타인의 감상에 방해된다는 거다.

사례 2: 지방의 H대 학과 잠바를 입은 일련의 청년들이 한 줄에 쭈욱 앉아있더니 연주 중에 사진 & 영상 촬영은 기본이요 서로 떠들고 카톡을 확인하고 심지어는 자리 이동까지 한다. 그것도 한국 최고의 연주회장이라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말이다. 아무리 심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절망에 빠져 슬픔에 잠긴다. 끝나고야 알았다. 그들이 H대학 중국 유학생들이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그제서야 조금 위안이 된다... 그럼 그렇지 우리 국민들이 그럴 리는 없지....

사례 3: 만약 앞에 키가 큰 사람이 앉은다면 무대의 1/3을 가리고 옆의 사람은 팔걸이를 양쪽 다 자기 것으로 활용하니 사면초가다. 코로나 이전에는 다닥다닥다닥 다다다다락 붙어서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어떻게 그랬는지 실감이 안난다. 조만간에 다시 그럴건데....

클래식 공연장 에티켓, 사진제공: 대구 콘서트 하우스

특히나 비상업적인 공연의 지인 위주 관객들 중에는 여지없이 음악회 빌런이 있기 마련인데 공연 중에 계속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과 하우스 어셔의 실랑이는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음악회에서 음악보다 사진 촬영이 우선인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톰과 제리같이 쫓고 쫓기는 실랑이를 벌이고 금지해야 되는지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인증샷을 남기고 자신의 SNS에 홍보하고 싶은 욕구와 사회적 추세는 허용으로 쏠리는데 연주회 내에서 초상권과 연주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보장은 희박하다. 사진 찍기를 금하는 원천적 이유는 음악 집중에 방해되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클래식 음악이 감상보단 참여와 재미, 즐김이라는 마인드로 그런 물결이 거세지고 방죽이 무너지는 마당에 그걸 예전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막을 수 있을는지, 막을 수나 있을는지 그리고 무너지는 담을 몇 명이나 같이 힘을 합쳐 지탱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거센 물결을 막는 것보단 둑을 아예 터버려야 하는가.

소수의 관객들이 함께 하는 살롱콘서트 광경

그런데 어차피 일가친척, 지인들, 부모님, 교회 성도들이 행사 참석차 와주신 음악회요, 저작권이나 초상권 위반도 아니요, 도리어 음악회 관계자들과 다들 아는 끼리끼리에 돈 내고 음악을 들으러 온 것도 아닌 자리 채워주려고 온 사람들의 돌잔치나 유치원 학예회처럼 SNS나 추억 보정용, 기록물로 사진 좀 찍겠다는 걸 이제 그냥 풀어주는 게 낫지 않겠나 한다. 크리스티안 치머만이나 해외 유수 단체의 음악 감상을 위한 연주회도 아니요, 공연을 통해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요, 도리어 오신 분들에게 협찬받고 단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서 운영하고, 주최자가 비용을 지불해서 여는 잔치에, 평생 음악회를 가지도 않고 아는 사람하니 와준 클알못들이니 말이다. 저작권, 초상권, 엄숙주의야 크리스티안 치머만이나 국립합창단에서나 적용되는 거지 정말 노래가 좋아하고 싶어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서까지 하는 전공자들에게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되는건 그냥 행정 편의주의에 족보 없이 굳어버린 관습에 불과한게 아닐까?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버젓히 올라와 있는 안내문이지만 이걸 읽고 오는 사람이 몇명이나 과연 있을까?

어딜 가든 클래식 음악회의 주관객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아니요 자기 주머니를 열어 제값 내고 온 사람이 아니고 99%가 초대다 보니 음악회라기보다는 이벤트다. 그저 행사에 아는 사람 연주 눈도장, 축하요, 참여에 의의가 있다. 클래식을 아는 사람이 무슨 등산 가듯이 패딩을 입고 오겠는가...... 자신이 음악을 듣는데 방해받는데.... 예당 홈페이지에 관람 예절/패딩 금지 쓰여있는데... 사진 촬영? 왜 하겠는가? 아는 사람이니 하지... 정작 음악 듣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회에 가겠는가? 거기서도 유명인 연주하니 음악은 안 듣고 사진 찍고 영상 찍고 있겠는가? 물론 어그로를 끌고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 도촬을 하겠는지만.... 우리가 메가박스나 CGV에 가서 통제와 제재를 받지 않고 언제나 영화 보고 싶으면 편하게 가는데 왜 꼭 클래식 음악회 장에서만 이런 작태가 벌어지는지 되묻고 수십 년 동안 그렇게 많이 안내를 하고 교육을 하고 계도를 해도 바뀌지 않았다면 이젠 그만 포기하고 다른 풍토를 조성해야 하는가 싶다. 민주시민이란 통제와 감시가 아닌 자발과 자율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민폐를 끼치지 않는 건데 큰 패널 하나 만들어 공연장에서 들고 다니던가 스크린에 계속 안내 문구 띄어 놓고 각성을 바라는 그 자체가 미성숙의 반증이요 우리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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