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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진 날

김문영 글지
  • 입력 2022.03.11 07:00
  • 수정 2022.03.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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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진 날>

 

내 나이 어느새 이순이 훌쩍 넘어버렸네

살아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온전한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던 세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오뚜기 실험을 거듭했던 시간

거슬러 오르면 자주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외세가 만들어준 8.15 해방

외세에 의해 국토가 분단되고 민족도 둘로 나뉘었다

같은 민족끼리 원수가 되어 동족상잔의 6.25전쟁이 일어나고

이유없는 죽음들이 삼천리 금수강산에 나뒹굴었다

끝내지 못한 전쟁 휴전 상태에서 나는 태어났네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겨누고 적이라 우기며 살아왔네 살고있네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 미완의 혁명

5.16군사정변으로 시작된 군사독재

'국민교육헌장' 외워야만 수업을 시작하던 60년대

"3원짜리 연필 한자루 때문에 표를 함부로 찍으면 되느냐"고 호통치며

어린이회장에 당선된 날 햇살 눈부시고 하늘은 푸르렀네

어린시절 시작된 군부독재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네

내 청춘 '군부독재 타도 민주쟁취' 속에서 시들었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6.10 항쟁으로 군사독재 마쳤으나

친일 잔재를 뿌리뽑지 못한 역사의 과오는 기득권 적폐를 부풀리고

그들과의 싸움은 오늘도 힘겹게 이어지네

산업화로 경제성장 이루고 민주화도 달성했는데

우리 안의 적폐는 세력을 키워 기득권을 형성하고 온갖 이익을 강탈하네

천박한 자본주의 그늘에서 약자를 착취하네

적폐청산 평화 번영 통일을 울부짖으며 촛불을 밝혔네

거리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싸우고 또 싸웠던 날들

무수한 촛불을 밝히며 간신히 겨우겨우 되찾아온 권력

국민의 잣대 이해 못하고 경험은 부족하고 요구는 많았고

권력은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여서 기회를 틈탄 적폐가 난동을 부리고

양심과 정의는 레거시언론의 먼지털이 비난과 조롱에 휩쓸리며

무수한 칼을 맞으며 피흘리며 다시 길을 잃었다

진실과 정의의 승리는 이다지도 어렵고 힘든 것인가

적폐들보다 더 교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

오늘도 기회보며 눈치보며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나

막상막하의 패싸움 같은 상황 기적은 없고 변혁의 시간은 더디다.

신천지교도 숫자 보다도 훨씬 적은 차이로

선거에 진 날 억울한 날

군사공화국 군부독재 끝낸 자리에 검찰공화국 검찰독재 들어서는 순간

나의 정신 혼미해지고 육신은 축 쳐진다

팔팔했던 시절엔 화염병이라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섣부른 희망은 환상으로 남는가

선거에 졌더라도 촛불의 꿈은 꺼뜨릴 수 없다. 깨트릴 수 없다

검찰개혁도 언론개혁도 사법개혁도 포기할 수 없다

언제든 촛불 들고 찬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날

촛불의 꿈을 보듬어 안는 서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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