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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31] 리뷰: 신동수 작곡가 헌정음악회 '산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3.01 09:26
  • 수정 2022.03.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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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8일 월요일 오후 7시30분, 푸르지오아트홀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얼굴은 본 적 없어도 그의 노래를 불러보지 않은 한국 바리톤들은 없다. 아마추어와 프로 성악가들 구분 없이 입에 척척 달라붙을 정도로 불러 20세기 후반 대표적인 한국 가곡으로 자리 잡은 '산아'의 작곡가 신동수를 위한 헌정음악회가 인사이트나인이 주최하고 손월드클래식과 17년 노하우의 공연기획명가 현대문화기획이 주관해서 2월 28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열렸다.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신동수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인사하는 작곡가 신동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 후 선화예술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1984년부터 재직하고 2021년 정년퇴임, 제2의 창작 인생의 지평을 열고 있는 신동수는 서울대학교 작곡과 재학 중 이미 제3회 MBC 대학가곡제에서 작곡가의 부친인 신홍철 옹이 쓴 <산아>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일찌감치 히트곡이 있어서 였을까? 그의 창작 주기는 20세기와 21세기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오늘의 음악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신동수 작곡가 헌정음악회 포스터
신동수 작곡가 헌정음악회 포스터

1988년 김성영 목사의 시에 곡을 붙인 <가시나무새>는 통절 가곡의 전형으로 부르기 위한 노래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반주가 아닌 성격묘사에 치우친 작법을 보여준다. 특히나 후반부의 "하늘 아래 어디에도~"의 두 구절은 슈베르트의 가곡집 <백조의 노래> 중 <그녀의 초상>(Ihr Bild)과 같은 모노톤적인 피아노의 옥타브 선율 중복에 성악이 그대로 얹혀 있는 형태의 단음 처리로 두 파트 간의 일치를 보여주었다. 오페라 <몽월>에서의 아리아 3편이 발표되었는데 그중 소프라노 윤예지가 부른 <나 어제 밤 꿈을 꾸었네>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와 세리아를 합한 형태를 띤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와 같이 화려하고 어려운 기교와 멜리스마로 현란하면서 싱커페이션의 리듬을 강조하면서 성악부가 언제나 자유롭게 날개를 펼친다.

프로그램과 출연진
프로그램과 출연진

21세기를 들어 신동수는 분명 학교와 학계라는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 가곡을 실소비층을 만난 게 확실하다. 작곡가 본인이 스스로 가사를 쓰고 부르고 피아노를 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음악적 즐거움과 대중친화적인 경향에 침식되면서 그의 가곡은 한층 상냥해졌다. 개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바뀐 음악계 풍토도 가미되었을 터. 이제 더 이상 예전 20세기에 무슨 성경 말씀처럼 신봉되었던 독창성, 예술을 위한 예술, 독립성, 차별성 그리고 현대음악적 요소들에서 벗어나 아마추어들도 즐겨 부르고 다소 대중가요적인 요소도 가미된다. <내가 너에게>, <마지막 사랑>그리고 도종환의 <당신의 무덤가에> 같은 곡들은 이제 서서히 정규 가곡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거 같다.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 중앙콩쿠르 1등 없는 2등을 수상한 장신대의 전설 바리톤 이혁기와 피아니스트 맹은지의 '산아'

이번 음악회는 소프라노 윤예지와 바리톤 이혁기 두 사람의 전문 성악가를 초청하고 성악연주단체인 손월드클래식의 회원들이 주축을 이뤄 피아니스트 손세창과 맹은지의 반주로 이루어졌다. 손월드클래식의 회원들은 사업가, 의사, 연구원,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군이 오직 음악이라는 매개로 직접 참여하면서 심리적, 경제적, 예술적인 유희로서 그 유희 안에 관계를 맺고 서로 시너지를 창출한다. 한국 가곡을 사랑하고 아끼는 일차적인 공통의 관심사로 만나 성악을 습득하며 취미를 전문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코로나 광풍이 여기도 비껴갈리 만무하다. 100명 나왔을 때는 아예 음악회장을 강제적으로 국가에서 닫아버리더니 지금은 하루에 17만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그리고 본인이든 주변인 때문이든 원래 이번 음악회에 참가하기로 한 출연진들 중 3명이나 불참하게 되었으나 음악회를 개최되었고 그 앞과 뒤를 장식한 건 발표회 타이틀이기도 한 신동수의 대표 가곡 <산아>였다. 시작과 끝에 작곡가가 불렀냐 아님 정통 바리톤이 불렸냐 그 차이였을 뿐 음악이 남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신동수의 <그곳에 그대가 있으니>는 시인에게 처음으로 작곡 사례금을 받은 곡이라고 한다. 그게 계약금인지 아니면 시인(주문자?)이 곡이 마음에 들어 나중에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열었는지 모르겠지만 <산아>같은 명작 탄생의 자양분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작곡가가 작곡에만 전념하고 그렇게 탄생한 곡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자유뿐이다. 원래부터 음악은 그렇지 않았던가! 그래서 정작 음악가들은 다른 음악회에서 귀빈 소개와 말 많은 걸 질색하지만 정작 자신의 음악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거와 같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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