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숙 한자교실] 배치(配置)

윤석열 후보 측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3일 세종국방포럼에서 "성주에 배치된 미군 사드로는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 사드 사거리가 200㎞여서 수도권 남쪽까지만 닿는다"며 "수도권 방어를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02.23.서울-뉴시스)

이번 한자교실에서는 배치(配置)를 파자로 알아보겠다.

‘配’ 자는 닭 유(酉), 몸 기(己)의 조합이다.

‘酉’ 자는 술을 빚는 ‘술병’이나 ‘술 항아리’를 그린 것이다.

‘己’ 자의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이 몸을 구부린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새끼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과, 사물의 추상적 개념을 본떠서 낱말의 뜻을 나타내어 만든 지사문자(指事文字)라는 해석도 있다.

‘配’ 자는 술이 잘 익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듯이 아내감을 꼼꼼히 따져본다는 의미가 반영됐기 때문에 ‘짝’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 네이버 한자사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필자의 ‘配’ 설명은 그와 다른 견해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혼례상에는 닭 한 쌍이 올라와 있었고, 전통 혼례는 유시(酉時:오후 5-7시 사이)에 치렀다. 유시는 양의 기운 태양이 저물고, 음의 기운인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음양이 서로 만나는 시간이다. 혼인도 남녀가 서로 만나 음양의 합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酉時를 중요시 여겼으며 ‘配’ 자에는 두 몸[己]이 서로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이다.

‘置’ 자는 그물 망(罒), 곧을 직(直)의 조합이다.

‘网’ 자는 얼기설기 실을 엮어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 뜰채를 그린 것으로 ‘그물’이나 ‘계통’, ‘조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부수로 쓰일 때는 자형이 ‘罒’ 이렇게 간략하게 변형되어 쓰이고 있다.

‘直’ 자는 많은 수를 뜻하는 열십(十), 눈 목(目), 숨을 은(乚)의 조합이다.

여러 [十] 사람의 눈[目]으로 보면 숨어 있는 [乚] 것도 바르게 볼 수 있으므로 ‘바르다, 곧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置’ 자는 그물 [罒]을 바르게 [直] 설치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한자이다.

지금도 사드 기지인 성주 소성리 주민들은 생업을 접고 ‘사드 뽑고 평화 심자’라는 푯말을 들고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말은 수도권만 대한민국 국민이고 사드 배치로 고충 받을 지방에 사는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국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