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숙 한자교실] 무산(霧散)

오는 8일로 예정됐던 한국기자 협회 주최 여야 대선 후보 4인의 TV 토론이 무산됐다. 국민의힘이 주최 측인 한국기자 협회와 생중계를 맡은 JTBC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면서 토론회 개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번 한자교실에서는 무산(霧散)을 파자로 알아보겠다.

‘霧’ 자는 비 우(雨), 힘쓸 무(務)의 조합이다.

‘雨’ 자는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단독으로 쓰일 때나 다른 글자와 결합해서 쓰일 때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務’ 자는 창 모(矛), 칠 복(攵), 힘 력(力)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회의문자다.

고대에 사용하던 창의 일종으로 나무 자루 끝에 갈고리처럼 옆으로 굽어진 칼날을 표현했고, 주로 병거(兵車)에 세우고 다녔으며 구리, 또는 쇠로 만들었다.

‘攴’ 자는 막대기를 손에 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른 글자와 결합해서 ‘치다’, ‘때리다’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부수로 쓰일 때는 ‘攵’ 자로 간단하게 변형되어 쓰이고 있다.

‘力’ 자는 밭을 가는 농기구를 그린 것으로 ‘힘’ 또는 ‘힘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務’ 자를 파자해보면 창을 [矛] 들고 [攵] 국방을 지키는 군사와, 쟁기를 [力] 끌며 힘쓰는 농부를 묘사한 것이다. 각각의 위치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霧’ 자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면에 닿아 부옇게 떠 있는 현상을 ‘雨’에서 ‘안개’라는 의미를 나타냈고, ‘務’ 자는 발음을 담당했다. 그러므로 ‘霧’ 자는 이미 만들어 놓은 글자를 조합하여 한쪽은 뜻을 나타내고 다른 쪽은 음을 나타내는 형성문자(形聲文字)다.

‘散’ 자는 많은 수를 나타내는 스물 입(廿)과 고기 육(肉=月), 칠 복(攵) 자의 조합이다. ‘月’ 자가 글자 왼쪽에 위치할 때는 달이라는 뜻이 아니고 고기육의 변형이다. 글자 오른쪽에 위치할 때 달을 뜻한다.

예시

고기 육: 간 간(肝)

달: 기약할 기(期)

‘散’ 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攵] 들고 고기를 [月] 많이 [廿] 두들겨서 잘게 다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야 대선 후보의 TV 토론은 각 후보들의 자질과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임하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절차이다.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이며 또한 국민들의 알 권리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절차를 제1야당의 후보가 본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무산시키는 것은 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가 할 수 없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마치 실력 없는 기술자가 연장을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을 두고 이렇게까지 밀고 당긴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며 TV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를 보면, 주최 측은 물론이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까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준비되지 않은 후보임을 본인 스스로가 자처하는 행동이니 윤석열 후보는 더 이상 이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조건 없는 TV 토론에 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