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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주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2.02.16 00:08
  • 수정 2022.02.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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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 윤동주

 

오늘은 젊은 시인 윤동주 님의 기일이다. 아름다운 청년으로 오래도록 우리에게 남길 바란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독일 책 백장미를 번역한 한글 제목이다. 번역자가 정한 제목인 듯한데 내용과 너무 잘 맞는다. 독일 치하에서 레지스탕스를 한 의대생 한스와 여동생 조피의 삶과 죽음을 다른 형제가 쓴 글이다. 백장미는 그들의 활동 모임 이름이다. 책을 읽고 평생 세 번 울었는데 그중 하나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주체는 누굴까? 주인공 조피가 남을 미워하지 않는 선한 자란 뜻인가, 모든 사람이 미워하지 않는 조피란 건가. 전자겠지만 전자든 후자든 다 해당하는 시인을 우리도 갖고 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윤동주다.

19171230일 북간도에서 3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1945216일 옥사한다. 가수 윤형주가 6촌 동생, 송몽규가 사촌 형, 문익환과 친구며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중학교 동창이다.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명문 릿교 대학 영문과 입학 후 도시샤 대학으로 옮겼다.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 수상을 했다. 대한민국 모두가 미워하지 않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의 시를 번역해 보았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Prelude

Til die looking up to heaven

I wish no shame,

at wind waving leaves even

I suffered.

With heart singing stars

I will love all dying things;

way given to me

I will walk.

Tonight also, star is brushed by wind.

번역자들 모두 한 점을 speck, blot으로 번역하는데 바람 한 점 없다가 no speck of wind가 아니듯 점이 아니라 한국어 의미는 하나도, 전혀 없기를이다. blot of shameblot이 오점, 오명도 되니 부끄럼의 오점, 부끄럼이라는 오점으로 해석되지만 동어반복이다.

존경의 의미인 우러르다는 그냥 바라보다 look up보다 look up to가 맞고, 하늘(sky)을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기독교인 동주를 생각하면 하나님이 계신 곳을 염두 해야 한다. 성경도 같은 구절이 있다. 동주 님도 기독교 사상을 시에 반영하고 싶으셨을 수도 있다. 시 번역은 시인의 인생도 알아야 한다.

even tonight으로 번역한 사람도 있는데 even은 예외일 때 쓴다. 여기서는 항상 그렇듯 오늘 밤도 의미니 also가 적절하다. wind waving 슬랜트 라임을 맞췄으며 두운 각운도 고려해서 번역했고 전반적으로 w 슬랜트 라임을 맞췄고 마침표도 원 시를 따랐다.

윤봉길 의사의 처형 장면 사진을 전시회에서 본 적 있다. 눈은 천에 가려진 채 결박돼 묶여 있었는데 전신의 근육 긴장이 느껴졌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는 쉽게 매국이니 변절자니 비난한다.

대학 때 교수님은 어린 동생들을 위해 공산 치하에서 할 수 없이 부역하셨고 국군에 의해 그 일로 죽을 뻔하셨다고. 어느 책에서도 처형받는 조사에서 담당관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떨어졌는데 그걸 주워주고 감면받았다는 수기를 읽었다.

조사한 군인은 그가 착하다고 생각해서였을 거다. 그것뿐일까? 감성 면에서만 용서했을까? 아니다. 원래부터 부역이란 할 수 없었던 걸 아는 거다. 처벌할 수 없는 걸 처벌해야 하는 고통을 그 사람도 아는 거다. 굶어 죽어 가는데 공산당 말을 안 들을 수 있나?

사람은 누구나 다 영웅이 될 수 없다. 용기를 강요해도 안 된다. 역사는 사회를 변혁시키는 영웅들의 세계가 아니라 그 안에서 말없이 하나하나 벽돌을 쌓는 서민들의 이야기이다.

보통 변절자로 이광수를 얘기하지만 그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의 협박으로 아내가 강물에 투신한 척한 걸 죽은 줄 알았다. 장례 치르러 강가 고무신을 가지고 한국에 온 그를 체포했다.

가장 아픈 고문이 손톱을 뽑는 거라 한다. 열 손톱 아래 바늘을 꽂히는 고문을 당했다. 누가 그걸 이겨내고 애국하라 강요할 수 있나?

물론 유관순처럼 코와 귀를 다 베이고도 국가를 배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다 유관순인가? 아니기에 그분이 더 가치 있는 거다. 이광수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매국도 이완용처럼 적극, 자의 매국이 있고 이광수처럼 소극, 타의 매국이 있다. 전쟁 참가 글을 썼다해도 고문이 무서웠을 거다. 같은 잣대로 매도하면 안 되고 어떤 사상도 죽음으로 갚으면 안 된다.

대학원 생명윤리 수업,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도 모기도 생명이라고 죽이지 않았단다. 말라리아도 많은 곳에서 일반인이 실천하긴 힘들다. 동물실험 토론에 선배가 모든 동물실험이나 원숭이 실험을 반대한다고. 그 실험을 하지 못하면 본인 자식이 죽어도 반대하냐 했더니 그렇다고.

그게 정상인가? 그렇다면 그분은 인간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 토론만 이기고 싶은 비겁한 억지다. 실제로 아이가 죽어 간다면 제일 먼저 원숭이 목을 칠 사람이다. 말로는 뭘 못하나? 말에도 책임이 있다.

원숭이조차도 자기 새끼를 잃으면 장이 끊어져 단장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이 자기 새끼를 동물보다 못하게 생각한다는 건 학대고 어머니도 아니다. 미안하지만 종의 생명은 서열이 있다. 본인도 실천 못 하는 걸 남에게 말로만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다.

                               신촌 1

김지현 작가의 작품이다. 살아계셨다면 윤동주 님이 연인과 함께 걸었을 연대 길이다.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The Cross

Sunshine chasing me

now at top of church

hung on cross.

Steeple is so high;

how can it go up?

 

Without hearing bell sound

whistling and walking around,

man who suffered,

like happy Jesus·Christ

if cross is allowed,

hanging my neck

blood like bloom

under darkening sky

I bleed silently.

 

부호도 그가 쓴 그대로다. suffer는 수동태로는 쓸 수 없다모든 번역은 현대 영어를 따랐다. 문법을 뛰어넘는 문법이어야 한다. 분사구문도 어디에나 쓸 수 있고 명사구를 꾸미기도 한다. whistling and walking around도 어느 위치에 두어도 된다.

햇빛은 양심을 말한다. 태양 아래 거짓은 없다를 연상하면 된다. 양심은 피할 수 없고 어느 곳에도 존재한다. 독립운동이라는 해설은 틀렸다. 독립운동과 종교는 무관하고 구국의 일이 턱없이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시인은 독립운동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늘의 종소리도 양심을 깨우는 소리지 애국의 종소리가 아니다. 들리지 않아 휘파람이나 불며 살던 나라도 하나님이 선택하신다면 희생하겠다는 하나님과 나와 내재된 독립운동의 삼위일체를 잘 표현한다.

괴로웠던 사나이는 예수가 아니다. 괴롭고 행복한 건 모순이다. 괴로우니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린 사나이가 예수처럼 닮고 싶어 예수가 나오는 연에 이름을 올렸다. 동격이 되고자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십자가가 허락되어야 겨우 같아진다. 시 디자인도 알고 썼다. 어디에 배치해야 글에서나마 동격으로 보일지 생각했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대한민국 최고 한글학자 최현배에게 한국어를 배운 시인이 에게처럼을 왜 행 바꿈 했나? 에게처럼은 한 단어로 붙여야 한다. 그걸 몰랐을 리 없다. 떨어뜨린 이유는 같은 자격 어구를 말한다. 지훈, 동주에게 말했다는 지훈에게 동주에게 말했다는 거다. ~에게를 사나이에도 쓰려 처럼을 줄 바꿈하고 쉼표로도 표시한 천재다.

괴로웠던 사나이에게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원래 3행 2행 2행 4행보다 3행 2행 3행 2행이 자연스러운데 의미전달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을 행을 구성했다. 기존 독립, 사나이 해설도 오류고 이래서 시를 규정화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에 물은 -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

No Tomorrow

- Child's Mind Asks -

They said tomorrow, tomorrow;

I asked,

they said night goes and dawn comes,

it's tomorrow.

Looking for new day

I look around after sleeping;

not tomorrow

but today.

Friends!

No tomorrow

.............

 

유명 화가 최진식 님 작품이다. 눈과 누나와 몽환적인 말이 편지 시와 잘 맞는다. 누나에게 보낸 눈 편지가 눈이 되어 날린다.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Letter

Sis!

Also in this winter

it snowed a lot.

 

In white envelope

putting handful of snow

without writing anything

without putting stamp

neatly as it is

would I post letter?

 

In country you went

because not snowing.

 

내일은 없다점선 12개도 시다. 시도 시각 예술이다. 그래서 문장 길이도 잘 맞춰야 하고 다양한 기호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옛날 그런 의식도 덜했을 텐데 점선으로 희망 없는 아쉬움을 잘 나타냈다. 돌보다는 돌아보다 고어다. 미국에서는 should 대신 would를 쓴다.

 

사랑에 속더라도 맘 다친 곳 없이

나는 그가 그렇게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조국을 배신하더라도 몸 다친 곳 없이

나는 그가 그렇게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윤동주 시인님에 대한 내 생각이다. 독립운동을 안 했더라면, 악에 침묵했더라면, 이광수처럼 그 시대를 그냥 넘어 오래 살았더라면, 사소한 용기도 없었더라면, 나이든 시인으로 오래 사셨을 텐데. 종전 몇 달 전 돌아가셨다.

동경을 간 적 있다. 동경대 바로 앞에 비싼 아파트를 현지 한국 식당을 통해 알게 된 일본 여성분에게 싸게 월세를 주고 몇 달 살았다. 동경대 앞이라 위치도 좋아 비싼 아파트라 한다. 커튼을 걷으면 대학이 바로 보였다731부대 이름이 왜 731인지 아는가? 대학을 둘러보았다. 붉은 문이라고 유명한 문을 통해 의대 근처도 갔다. 전통 있어 보이라고 외관을 잘 청소하지 않아 검은 건물들이 많다. 유럽 유명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의대 건물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게 소름 끼쳤다. 나오면서 보니 동경대학교 주소가 붙어 있는데 번지가 731이었다. 그 부대 이름을 여기서 딴 거 같다. 근거 없는 내 추측이다학창 시절 선생님이 바이러스 생체 실험을 시인이 당한 거 같다고. 동주라는 영화를 봤다. 거기서도 그런 부분이 나온 듯하다. 사람이 가장 잔인하다. 동주 님 말처럼 젊은 시인은 우리에게 영원히 남아 있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신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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