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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가 까를 만든다. - 연극 '리처드 3세' 관람 후 단상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1.27 09:56
  • 수정 2022.01.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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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입단한 기아 타이거즈 소속 좌완 투수 이의리의 호투 속에 기아는 6회까지 1점 차 리드를 지키며 이의리의 첫 승 달성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기아의 변비 타선은 이의리에게 고작 1점이라는 득점 지원을 선물한게 다였지만 이의리는 무실점으로 막으며 6회말 1사, 1&2루라는 위기에 회심의 일구를 던지며 그건 평범한 땅볼로 이어지고 더블플레이로 무사히 이닝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알까기가 벌어지며 상대편이 역전을 하는 허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경기 시작부터 혼자 응원석에서 이의리를 응원하는 온갖 플래카드와 도구로 그의 첫 승을 간절히 바라고 외친 한 여성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순간이었다. 이의리가 결국 강판당하고 승리를 놓치자 이의리의 승리를 바라면서 응원에 열을 올리던 여성팬이 실망감을 내비치며 카메라에 실수한 같은 편 선수에 쌍욕을 하는 입모양이 카메라에 포착했다. 경기의 추가 그 에러로 뒤집어지고 이의리의 첫 승이 날라가 버리자 여성팬은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나가버렸고 2021년 기아의 모든 경기를 시청한 필자는 그 이후로 그녀의 모습을 화면에서 본 적이 없었다. 과연 그녀는 야구를 진정 좋아해서 야구경기를 즐기러 왔는가 아님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해서 왔는가! 아님 그저 이의리라는 한 개인이 좋으니 그만을 응원하러 온 것인가!

예술의전당 야외에 걸려 있는 황정민 주연의 연극 리차드 3세 대형 포스터

도쿄 올림픽이 야구경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야구 대표팀이 일본으로 출전했으나 어찌된게 내색을 하지 않지만 많은 한국인이 도리어 한국야구대표팀의 패배를 기원하는 난생처음 보는 시추에이션이었다. 그런 와중에 야구 국가대표님 감독인 김경문은 상대팀의 전력에 맞춰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우는 전략을 짰다. 그러자 야알못이지만 고향이 충청도 논산이라 무작정 한화 이글스만 응원하는 모 피아니스트가 왜 한화 소속 출중한 선수인 김민우를 내보내지 않고 듣보잡인 이의리를 기용하느냐고 비난했다. 정말 누워서 침 뱉기에 자신의 무식만 만천하에 드러내는 어이가 없는 일이다.

토월 극장 내부에 걸려 있는 황정민 단독 포스터

황정민 주연의 연극 <리처드 3세>를 관람하러 갔더니 일련의 여성 관객 무리가 필자의 좌석을 포위하고 있었다. 평일 낮 2시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토월극장의 객석은 거의 찰 정도였다. 필자가 막이 오르기 10분 전 착석하고 무대를 사진 찍었더니 개중 한명의 여성이 커튼콜을 포함한 전 공연이 사진&영상 촬영 불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터진 말꼬로 그들이 황정민 팬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프로그램상의 황정민 사진 보고 너무 귀엽고 멋지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홍조를 띠면서 막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을 시작하고 리처드 3세 역으로 분한 황정민이 나오자 황정민의 말투, 표정, 대사, 행동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초집중해서 보고 황정민이 나올 때에는 심지어 망원경까지 조달되었다. 마치 뮤지컬에서도 아이돌이 나올 때의 광경과 유사했다. 십대부터 아줌마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해 보였는데 별 웃기지도 않는 시답잖은 대사에도 추임새를 넣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망원경의 용도는 연극이 아니라 황정민 자세히 보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의 그런 집단행동이 거북스럽고 불편하더니 나중에는 도리어 그들의 그런 과한 애정과 충성에 은근히 부아가 오르고 거부반응이 들었다.

앤 역할을 맡은 배우 장영남

리처드 3세나 셰익스피어는 관심 없고 몰라, 야구도 어떤 상황에 어떤 전략을 짜는지 타팀 선수들은 누가 있는지도 몰라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공을 던지니 좋고 그 사람이 리처드 3세를 연기하니 보러 가지 연극이나 야구 자체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는 현저히 떨어져... 연극에 연자도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도 없으면서 그저 인물 추종하고 물개박수나 치고 앉아있는 작태에 그들이 황정민이 아닌 다른 배우의 셰익스피어 연극에도 갈까? 대학로 소극장의 연극에도 갈까? 셰익스피어 원작의 오페라는 보러 간 적이 있기나 할까? 영국 역사에 대해 알기나 하고 갔고 보았으니 집에 가서 진짜 영국의 수양대군 리처드 3세에 대해 공부나 할까?

소프라노 홍혜란 독창회

여담: 엊그제 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홍혜란 독창회를 다녀온 지인 중 한 명이 음악회 내내 핸드폰 삐리릭, 콜록콜록 기침, 맥을 끊는 박수 등의 테러 등이 이어졌다는 분개의 문자가 왔다. 어딜 가나 문화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도 없는 무식하고 교양 없는 작자들 때문에 진정 음악과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은 실제 공연장에 가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니..... 평생 이런 초짜 관객들과 싸우면서 살았고 살아가야 하는 필자가 박복하고 불행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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