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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아내들의 생생한 목소리 '조선, 아내 열전'

권용
  • 입력 2022.01.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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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여성들의 생존전략기 혹은 아내의 역사

우리는 조선의 여성, 특히 '아내'로의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의 삶이 구속적이고 순종적이기만 했을까? 조선 역사 500년 동안 여러 차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개국'도 큰 사건이었고, 사화와 당쟁, 거듭된 외침을 겪으며 역사의 강은 몇 번이나 굽이쳤다. '아내'들의 모습도 역사의 변화에 따라 굽이쳤다.

명료하고 담백한 필치로 동서양 역사를 전달하는 이야기꾼 백승종 교수는, 조선사의 결절점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아내의 변화된 삶에 현장감을 더해 증언한다. 때론 남편의 술친구로, 때론 남편의 '지기(知己)'로, 때로는 독립적인 문필가 또는 예술가로 살아간 아내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조선의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고정관념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자신들의 생존방식을 새롭게 정의한, 조선 시대 아내들의 이야기다.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열다섯 이야기

가장 먼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는 고려 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의 부인 안동 권씨다. 권씨 부인은 불교적 가치관의 소유자로서 남편 이색과 함께 누구보다 정답고 평온한 삶을 살았으나, 조선 '개국'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절명하고 만다.

15세기 후반, 점필재 김종직의 아내 창녕 조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제는 아내도 '훌륭한 선비'여야 하는 세상이 왔음이 명백해진다. 16세기가 되면 이런 경향은 한층 더 강화되어 송덕봉은 남편인 미암 유희춘과 다시없는 친구로 살아간다. 그때는 송덕봉처럼 자의식이 강한 아내가 곳곳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왜란과 호란, 양란을 겪은 후 조선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신분의 고하를 떠나 모든 아내에게 '절개'라는 굴레가 씌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쟁이 격화되며 세상은 더욱 억압적으로 변하고, 이런 가운데서도 아내들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고심한다.

18세기,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는 선각자들이 등장한다. 성호 이익과 연암 박지원 등 실학자들의 눈을 통해 저자 백승종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를 읽어낸다. 실용적 관점이 등장하고, 조선 사회를 휩쓴 '열녀병'에서 벗어나려는 해법이 모색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아내의 역사도 상당히 달라진다.

19세기 중반 근대화의 물결이 높아지면서 신지식인 혜강 최한기의 등장과 여성의 가정 문제를 서구의 '과학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책 '조선, 아내 열전'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걸친 당시 여성의 대명사인 '아내'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열다섯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아내들의 삶을 전기적으로 다룬 '열전'이 대부분이지만, 여성에 관한 당대 지식인들의 담론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책의 중요한 성과가 아닐까 한다.

저자 백승종 교수의 미덕은 두 가지다. 그는 미세한 시대적 분위기를 날카롭게 포착하였고, 단편적인 기록에 숨어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풍부한 입담으로 서사화하였다. 그의 입담을 통해 우리는 조선 사회의 모습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단연코 조선 사회의 모습을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 입체적인 역사관을 길러주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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