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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공원 책 쉼터 탐방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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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두 개의 건축물이 올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했다. 둘 다 서로아키텍츠 공동대표인 조성현 건축가가 설계했다. 상 복이 터졌다. 하나도 모자라서 같은 동네의 두 개가 각각 대상과 우수상을 받다니! 그의 수상소감처럼 동네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많이 있다는 건 모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이를 설계할 기회를 갖게 된 건 건축가에게도 무척 보람된 일일테다.

양천공원 책쉼터 전경
양천공원 책 쉼터 전경

지은지 35년이 된 양천공원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가 조성되었다. 무더위나 한파, 미세먼지와 상관없이 이제 공원은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분명하게 적혀있다. 여기는 책을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이라고.... (물론 사랑방은 공식명칭이 아닌 필자의 표현이다)

양천공원 책 쉼터 

서울시 교육청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 총괄 건축가를 역임한 김정임 소장이 쉼터가 들어설 부지를 살피러 양천공원에 발을 디디며 눈에 들어오는 감나무 한 그루를 그대로 두고서 건물의 동남쪽이 동그랗게 파여졌다. 개발 중심의 사고로서는 거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따위는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시간과 효율을 따지고 비용을 절감하는데도 그게 최상책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뒤편의 느티나무를 위해 또 한 번 건축물이 양보한다. 그렇게 공간이 거목을 품다 보니 새로 입주한 건물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보이고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새 건물 주변에 갓 심은 어린 나무가 있는 풍경과 달라 새집증후군이 없다. 경사진 땅도 평탄화 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단차가 만들어져 공간도 분리되고 경사도를 활용해 계단 좌석도 만들어졌다.

양천공원 책 쉼터 내부모습

효율성과 경제성, 자본력과 운영, 수치와 지표만 추구하는 잔인한 세태는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빨리 일 처리를 해야지 언제 나무 따위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이게 우리 사회다. 단기적이 효율과 경제성에만 매몰되어 우리는 그렇게 살고 또 그걸 강조하며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에만 매도되어 왔다. 그 결과는? 지구온난화에 이상 기온으로 인한 물난리, 홍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창궐이다.

경사로는 자연스레 장애인들을 위한 연결통로로 이어졌다.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과밀한 인구밀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전통한옥, 재래시장 전통 골목을 헐어버리고 공동체와 인간관계가 파멸된 빌딩들만이 재개발의 이름으로 들어선 서울이 아니라 환경과 멋을 동시에 잡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오랜 세월 자리를 함께 한 나무들은 언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냐는 듯이 베어져 나갔다. 권위적이고 몰개성적이며 어설픈 친환경 따라하기가 아닌 우리 선조들의 미(美)인 인공적이지 않는 자연과의 동화가 살아 숨 쉰다. 

아기자기한 데코레이션, 눈사람이 내방객을 반긴다.

책을 읽으러 간 것도 아니요, 같이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백신 미접종자인 필자라서 괜히 눈치 보여 5분 정도 실내를 둘러보고 후다닥 나왔다. 오늘은 대상을 받은 곳을 둘어보았으니 조만간에 다시 신정동에 와야 겠다. 그럼 김정임 소장이 설계한 우수상을 받은 또 하나의 책 쉼터는 어디에 있냐고? 바로 넘은들공원에 있다. 그때는 신정동에 사는 성악가 친구라도 불러내야겠다. 혼자만 알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우니까....

창문을 통한 안에서 밖이 어떻게 보이냐를 중시한 한국의 미를 관철한 건축물의 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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