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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12.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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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모든 것을 내어 주고 나면

허전해지는 것이지만

껍데기뿐인 너는 그렇지 않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그리 한 것처럼

 

뿌리에 붙어 쓸모없어 보이지만

너는 기필코 다시 태어나고야 만다.

넌출 넌출 넓다란 잎은

여인의 억척에 거두어져

소금 한 줌 넣은 끓는 물로 들어간다.

여름을 견디느라 그간도 뜨거웠을 텐데...

 

건져 올려진 너는 두 가지로 변한다.

하나는 몇 자락 남지 않은 가을볕에 널리거나

다른 하나는 도마 위에서 칼질 종종 받아

비니루 봉지에 담겨 삶의 터를 냉동실로 옮긴다.

겨우내 너는 된장을 만날 것이다.

 

가장 귀한 이들의 껍데기가 되고 싶다.

그 이후엔 너처럼 요긴하게 쓰이고 싶다.

가을볕에 그을리거나 칼질 종종 맞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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