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모든 것을 내어 주고 나면
허전해지는 것이지만
껍데기뿐인 너는 그렇지 않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그리 한 것처럼
뿌리에 붙어 쓸모없어 보이지만
너는 기필코 다시 태어나고야 만다.
넌출 넌출 넓다란 잎은
여인의 억척에 거두어져
소금 한 줌 넣은 끓는 물로 들어간다.
여름을 견디느라 그간도 뜨거웠을 텐데...
건져 올려진 너는 두 가지로 변한다.
하나는 몇 자락 남지 않은 가을볕에 널리거나
다른 하나는 도마 위에서 칼질 종종 받아
비니루 봉지에 담겨 삶의 터를 냉동실로 옮긴다.
겨우내 너는 된장을 만날 것이다.
가장 귀한 이들의 껍데기가 되고 싶다.
그 이후엔 너처럼 요긴하게 쓰이고 싶다.
가을볕에 그을리거나 칼질 종종 맞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