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사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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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사가 여기 있다
  • 김정은 전문 기자
    김정은 전문 기자 1poemday@naver.com
  • 승인 2021.09.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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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잇사
고바야시 잇사(사진출처=네이버 갈무리)
고바야시 잇사(사진출처=네이버 갈무리)

고바야시 잇사(Kobayashi Issa)는 일본 에도 시대 시인으로 1763615일에 태어나 182815일 세 번째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한다. 1827년에 죽었다고도 하나 1828년이 맞는 듯하다. 외래어 표기법으로 코바야시나 이사, 잇샤는 잘못이다.

본명은 고바야시 노부유키(Kobayashi Nobuyuki)이며 우리나라에서 본명으로 알려진 고바야시 야타로(Kobayashi Yataro)는 어릴 때 이름이며 그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일본어는 한글 순서와 같아서 고바야시가 성이고 노부유키가 이름이다.

20201월부터 일본은 성, 이름 순서로 영어 표기하기로 공표했다. 그전에는 이름, 성 순서로 썼다. 성과 이름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성 전체를 대문자로 하기도 한다. 이번 동경 올림픽에서 성을 다 대문자 표기하였다.

바쇼와 부손과 함께 일본 3대 하이쿠 시인이며 살았을 때 충분히 명예를 누렸다. 지금의 나가노인 시나노 지방 가시와바라라는 곳의 농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힘든 생을 산 어머니는 잇사가 3살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해 할머니 손에 자랐고 의붓어머니와 의붓동생에게도 고통받았다.

1777년 지쿠아 등의 명장 밑에서 하이쿠 양식을 공부하기 위해 하이쿠가 번성한 도쿄로 갔다. 카수시카 시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졌다. 28세에 교직을 맡았으나 불과 1년만 했다. 이후 2년 동안 후원자를 찾아 일본 지방을 돌아다녔고, 잇사(Issa)라는 호를 얻었다.

미국 시인이며 비평가며 번역가로 바쇼, 부손, 잇사의 하이쿠를 많이 번역한 로버트 하스가 잇사 뜻이 “a single bubble in steeping tea”라고 해 오차의 거품처럼 사라지기 쉽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한자는 차 한 잔(一茶)이라 동감 가지 않는다.

고바야시가 작은 숲이란 뜻이니 한 잔의 차가 서로 어울린다. 푸른 숲에서 마시는 한 잔의 맑은 차 같은 시를 썼고 그의 시는 거품처럼 사라지지도 않았다. 일본은 태어난 곳을 성으로 정한다. 우리의 본관과도 같은 듯하다.

잇사는 도쿄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책을 출판했고 1812년 고향으로 돌아와 그가 39세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가족과 다투었다. 이 시기에 결혼하였으나, 삼남일녀 자녀들이 병으로, 등에 업고 질식사로 어릴 때 죽었고, 1823년 아내가 사망하는 불행이 이어졌다.

이때 시나노 지방의 하이쿠 양식 지도자로서 명성을 얻었는데, 문체는 개방적이고 자연스러웠으며 유머러스했으며 자연과 생명에 관한 시가 많다. 재혼했지만 이혼했고 세 번째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1827년 사망했고 직후 유일한 자식인 딸이 태어났다. 그의 아름다운 시들을 읽어보자.

 

Flower shadow

red shade

is not different for everyone

 

꽃 그림자

붉은빛이

다른 사람은 없다

 

플라워, 새도우, 레드, 쉐이드 어감을 맞췄다. 벚꽃놀이를 간 적 있다. 가로등 아래로 분홍 그림자가 진다. 이 시를 읽은 느낌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꽃그늘 아래서는 모두가 다 같이 붉다. 그늘보단 그림자가, 붉은색보다 붉은빛이 더 시적이라 그림자, 붉은빛으로 선택했다. 아래처럼도 번역해 보았다.

 

꽃그늘

붉은빛

다른 이 없네

 

원래 대부분 번역가의 번역은 아래처럼 쓰인다.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번역에선 아래를 붙여야 어울리지만 원어에 아래라는 말은 없다. 붉은 타인이라고 관용적으로 아주 모르는 사람이란 뜻이 있는 걸 알지만 시인은 붉은색의 타인이란 말을 이중 의미로 쓴 듯해서 번역의 재창조성을 위해 다르게 번역해 보았다. 각자 시에 대한 동감은 다르다. 일반적 번역에선 사회성을 강조하는 듯하고 필자의 번역에선 공정성을 말한다. 빛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다 같이 골고루 꽃빛을 정당하게 받는다.

적색이란 다른 색과 달리 완전히 튀는 색이라 완전히, 아주, 온전한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말에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아주 더의 의미가 있다. 새까만 후배라고 색깔로 차이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새까만이 왜 그런 의미인지 모르지만 개인적 생각으론 까마득하다와 비슷한 발음이라 그렇지 않을까 한다.

모든 시는 일어에서 영어, 영어에서 한국어로 필자가 다 번역했고 하이쿠는 원래 한 줄인데 편의상 행 구분했다.

 

With difficulty

born as human

late fall

 

어렵게

인간으로 태어나

늦가을

 

시의 축약성을 위해 a human에서 관사를 뺐다. 늦가을은 인생이 황혼기를 맞는 걸 뜻하는 듯하다.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489억 분의 1이란 소리가 있다. 소중하게 태어난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원래 이 시도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위처럼 의역을 많이 하지만 원어는 가을 저녁이 아니라 늦가을이다. 번역은 의역이 더 나은 듯하다.

 

Don’t cry bug,

good-bye love is

even on the stars

 

울지마 풀벌레

이별하는 사랑은

별에도 있어

 

원어는 그냥 벌레, 곤충이지만 시어로는 풀벌레가 어울린다. ‘헤어지는 사랑이 시적이지만 이별과 별 어감을 살렸다. 잇사는 벼룩, 파리, 모기 등등 작은 것들에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에서 모기도 생명이라 죽이지 않았다는 일화가 연상된다.

이별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요즘 시대는 이별 범죄가 많은데 헤어져야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이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니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자. 어린 왕자도 장미와 헤어지고 여우를 만났다.

이외에도 좋은 시가 많다. 파리가 손발 비비며 죽이지 말라고 너에게 기도한다, 벼룩 죽이지 마라 그에게도 자식이 있다는 의미의 시도 친숙하며 많은 시들이 생명존중을 말한다.

 

얼마나 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 물리다니

 

구석의 거미 걱정 마

대청소는

안 할 테니

 

나비 날아가네

마치 세상에

바랄 것 없다는 듯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이슬 시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쓴 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많이 읊었다. 필자도 하이쿠처럼 아래 짧은 시를 써보았다. 누구나 하이쿠를 써보자.

 

벚꽃 아래서는 모두가 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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