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평화문화진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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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평화문화진지 탐방기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9.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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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라면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역에 내렸겠지만 추석 연휴 둘째 날 오후를 맞아 가족들을 데리고 갈려니 차를 끌고 나왔다. 마들로 932이라고 검색하고 출발하였으나 월계교를 지나 마들로의 중간지점부터 공사 구간이 나오더니 길이 꼬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자가용으로 또 오게 된다면 차라리 도봉산역, 서울창포원 아님 다락원 체육공원이라고 네비에서 검색해서 오는 게 편하다. 막상 가보니 평화문화진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도봉구민들의 쉼터의 일부분이요 모든 게 복합적인 종합세트였다.

도봉산역 인근의 서울 동북구 거점 복합문화공간 평화문화진지, 서울 창포원 & 다락원 체육공원

평화문화진지란 지하철 1 & 7호선 도봉산역에서 하차하면 만날 수 있는 도봉구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이다. 이 자리는 조선시대 나랏일로 여행하는 관리들이 쉬거나 잠을 잘 수 있던 공공 숙박시설이라 할 수 있는 다락원이 있던 곳이다. 즉 한양 도성을 나와 평안도, 강원도로 가는 여정의 첫 숙소가 여기였던 셈이다. 서울의 북쪽 끄트러미에 세워졌던 도봉구 최초의 시민 아파트였던 대전차 방호시설의 주거공간 노후화로 인해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되었던 이곳이 2014년 7월 민간과 행정의 협력을 통해 공간재생이 이루어졌고 대전차 방호시설의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한 채 평화문화진지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래서 군대의 숙박을 위해 세운 시설이란 뜻의 용어인 진지(陣地)와 평화 속에 문화적 번영을 뜻하는 단어들의 합성으로 작명이 되었다. 참되고 착실하게 책을 읽으라는 뜻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중의적인 작명이다.

그럼~~그렇고말고... 책방에선 진지하게 책을 읽어야지...

이제 2018년 개장한 서울 동북권중심의 생활체육공원의 이름이 왜 다락원인지 알게 되었다. 다락원 체육공원에 주차를 하고 나오니 테니스장, 축구장, 배드민턴장으로 이루어진 널따란 초원이 주기적으로 잔디를 관리하는지 안 그래도 가을, 추석을 맞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씨와 어울려 '푸르게, 더 푸르게~~'가 입에서 절로 흥얼거릴 정도였다. 다시 한번 날씨를 언급 안 할 수 없다. 아마 1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가 이맘때일 거다. 비록 햇볕은 따사롭긴 했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고 땀이 날려고 하면 산들바람이 불어 열기를 식혀주는 하늘은 맑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우로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좌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병풍처럼 펼쳐 있고 중랑천이 흐르는 천혜의 명당에 그늘막을 드리우고 휴식을 취하는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이 어우러진 시민들의 모습은 여유 있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600년 수도 서울을 지키는 북방의 요새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2016년 공간을 재사용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전시, 버스킹, 공예, 공방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평화문화진지에 베를린장벽의 유품을 세운건 상징적이다. 분단의 아픔을 뚫고 벽을 넘어 손을 잡아 평화통일을 이룬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알려준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의 돌무더기도 세워져 있다.

베를린에서 기증받은 동서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조각들

뒤로 가면 탱크가 위용을 뽐낸다. 여긴 용산의 전쟁기념관이나 능동의 어린이 대공원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전차 방호시설, 즉 탱크, 장갑차 등 살상 무기들의 차고지이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초기지였던 걸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그때 오늘의 당직이었던 하승범 주임의 우연히 지나가면서 평화문화진지에 대한 짤막한 설명으로 이곳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온 다른 일행들이 왜 탱크가 세워져 있는지 알게 되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예술가들을 위한 스튜디오, 공방, 보이는 라디오의 방송실, 전시관 등에 입주시설 사이에 평화문화진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 브로슈어 한 장이라도 배치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추석 연휴와 코로나가 겹쳐 모두 휴관이어서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웠다.

한가로운 서울 창포원의 가을 오후

청명한 날씨에도 한낮의 퇴약볕은 따갑기만 하다. 이럴 때는 평화문화진지를 중심으로 아래로 방향을 틀면 푸른 녹음이 펼쳐진 서울창포원으로 바로 진입하게 되어 상쾌하기 그지없다. 붓꽃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12개의 테마로 조성된 특수 식물원인 서울창포원은 이름 그대로 창포로 가득 찬 곳이다.

푸른 녹음이 펼쳐진 서울 창포원

평화문화진지가 재생공간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환경과 인간의 삶, 내가 사는 곳에 대한 되돌아봄을 주제로 한 전시와 행사가 눈에 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증폭된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혐오 그리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극도로 이른 오늘날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나의 모습을 고찰하고 쉽게 부수고 쉽게 던져 버리고 쉽게 버리면서 끊임없이 파괴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작은 노력의 흔적들이 역력했다. 자세한 전시 일정과 프로그램은 지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진흥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도봉문화재단 홈페이지(dbfac.or.kr)를 참고하면 된다. 

평화문화진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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