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71] 리뷰: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 V '동서양 천재들의 멋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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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71] 리뷰: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 V '동서양 천재들의 멋진 만남'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9.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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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랜만에 들른(그래봤다 6개월여 말이지만) 심포니 송의 연주회는 중년의 신사 숙녀분들 모습이 유난히 많이 띄었다. 이들이 분명 오늘도 곡이 끝나면 기립박수를 칠거라고 혼자 상상하며 심포니 송의 콘서트에서 곡을 마치면 늘 꼿꼿하게 서서 손뼉을 치던 장신의 신사분이 오늘도 오셨으려나 하는 궁금증을 혼자서 품었는데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마스터즈시리즈 V: 동서양 천재들의 멋진 만남

좌석이 D열의 세 번째 줄이라 총 4곡 모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뒤에서 들어 전체적으로 저음악기의 소리 비중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첫 곡인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은 조금 산만했지만 느린 2악장에 와서야 차분해졌다. 함신익은 <현을 위한 세레나데>에서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했는데 현악 앙상블과 합창에서 지휘자들이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사람의 목소리와 현의 소리가 그만큼 서로 부드럽게 일치하면서 호소력이 짙기 때문이다. 마치 잡으면 손에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영혼의 숨결을 붙잡으려는 듯 함신익과 현악 앙상블은 엘가의 2악장에서 혼연일체 되어 화사하고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심포니 송 창단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 작곡가 드칭 웬에게 특별히 위촉하여 세계 초연된 <가야금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굿거리>에서는 굳이 외국 작곡가에게 한국적 소재와 주제의 작품을 위촉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접근에 낯설면서도 신기해하지만 그건 결코 새로운 게 아니고 다른 방식과 스타일, 시대적 조류와 유행에서의 또 다른 모방이다. 이미 윤이상에서 농현, 꺾는 음, 글리산도, 피치카토, 헤테로포니, 복조 등의 국악적 요소의 채용과 융합을 시도해 이만방, 김대성 그리고 교수로 채용되기 전의 이귀숙과 임준희 작품 등에서 농익고 계승되었다.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말고 굳이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도 들어오기 힘든 외국 작곡가와의 협업은 여러모로 효용성이 떨어지고 불편할 텐데 말이다. 이런 한국 전통악기와 현악 앙상블과의 결합은 특히 '운지회'에서 예전에 많이 시도한 콘서트였다. 아싸리하게 거기에다 문의하면 쌔고 쌘 기존의 작품을 마에스트로 함신익이 다시 발굴해 다시 연구한다면 계승과 보급의 효과도 커졌을 텐데... 심포니 송의 기존의 연주회에서도 꾸준히 꼭 현대곡을 연주하면서 남들이 안 하는 걸 시도하고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걷는 점에 대해 한 사람의 작곡가 입장에서 감사하고 현대곡이 외면받는 한국음악계에서 하나의 기적이라 여긴다.

드칭 웬의 '가야금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굿거리'를 초연한 가야금의 이지영

인터미션 후 목관과 금관이 합류했다. 모차르트 23번 피아노협주곡은 심포니 송의 단골 파트너인 유영욱이 협연했다. 피아니스트와 마주 보는 좌석이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피아노의 똘망똘망한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렸고 유영욱의 터치와 밸런스도 한몫까지 한 적절한 선곡이었다. 1악장 오케스트라 제시부 마지막에 이제 서서히 등장할 피아노를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호른의 미스에 의자에 붙였던 등이 나도 모르게 띄어질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 1부에 출연하지 않아 긴 휴지를 가져서 그런지 목관과 금관은 잔실수가 너무 잦고 부잡했다. 1부의 엘가에서 2악장을 거치면서 현이 안정을 찾은 것처럼 여기서도 한없이 슬프고 처량한 2악장을 거쳐 3악장에 가서는 함신익, 유영욱, 오케스트라 그리고 음악회 내내 필자의 바로 앞 줄에 앉아 카톡을 확인하고 프로그램 북을 뒤적이며 지루해하고 집중하지 못하던 젊은 여성 관객까지 연주에 몰입하고 빠져들게 만들었다. 더없이 생기발랄하고 청량하기 그지없는 모차르트 음악의 힘이었다. 협주곡이 끝나고 한 번의 커튼콜 후 유영욱이 앙코르를 치려고 피아노에 앉았는데 그걸 간파하지 못하고 함신익이 목관 파트 주자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인사를 받게 하려고 하는 머쓱한 순간도 현장에서의 작은 해프닝이자 별미였다.

앙코르로 모차르트 소나타 3번 1악장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유영욱

하이든 교향곡에서는 방금 전 모차르트에서의 목관 주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딴 사람으로 변모하여 균형 잡히고 안정적이었다. 여기서도 좌석이 영향 때문이지 유독 바순의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2악장 말미의 바이올린 악장부터 플루트 등의 목관 연주자들까지 울창한 숲의 한 마리의 새들이 되어 제각각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아내고 조화를 이루더니 3악장 트리오에서는 오보에가 꾀꼬리가 되어 유창한 선율미를 여지없이 뽐냈다. 4악장은 고전음악의 정형으로서 질서와 균형을 선보이며 심플하게 마무리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내 뒤의 관객이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예수님이 봉사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 것처럼 모차르트와 하이든 음악이 함신익을 거쳐 사람들에게 감동을 일으켜 일어서게 만들었다. 2시간의 음악기행으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에서 민간악단으로 7년간 이끌어오고 유지시킨 자체가 기적이다. 예술의전당에 처음 와 2층 올라가는 계단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자기 자리도 못 찾고 시행 중인 공연장 한 칸 띄어앉기에도 일행들과 부득불 붙어 앉겠다고 하우스 어셔들의 제지를 받을 정도의 클래식 문외한들을 일으켜 세워 박수를 치고 브라보를 외치게 만든 기적으로 이들은 앞으로의 7년 아니 70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터. 그래야지 남들이 가지 않고 하지 않은 길을 함신익이 계속 그들과 동행하면서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도 발굴해서 소개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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