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54] 핀커스 주커만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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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4] 핀커스 주커만의 막말?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7.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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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기성세대인 4050이나 그 윗 세대는 학교 다닐 때 집에서 부부싸움해서 스트레스 받고 온 일부 선생의 화를 푸는 대상이요 노리개였다. 자신이 잘못한 게 없고 억울해도 연대책임은 기본이요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을 정도였다. 그게 학교를 넘어 도제식 사제관계가 형성이 되면 '넌 그것도 못하니?' '봉사같이 치지 말고 악보 눈 크게 뜨고 봐라' 정도의 핀잔은 핀잔 거리도 못될 정도였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사진 갈무리: 맨하튼음악대학 홈페이지

13일 온라인 음악전문지 '바이올리니스트닷컴'과 재미 한국계 음악인들에 따르면 저명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지난달 25일 뉴욕 줄리아드 음악학교 주최로 열린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 도중 "한국인들이 노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고 중국인들은 빨리만 연주하려고 한다"라고 인종차별적인 망언을 했다고 밝혔다. 비판이 일자 주커만은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급이었다.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라고 성명을 냈고, 소속 학교 동료들에게도 "잘못된 말을 했고 많은 사람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메일을 돌렸다.

유학시절 내내 당했던 멸시와 차별에 이골이 나서 그런지 인종차별이라기 보다 서양문화 우월주의 또는 대가로서의 자부심과 권위, 가르치다 보니 선생으로서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에서 무지에 입각한 짜증이 섞인 토로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사람마다 입장 차가 다 있다. 분명 배우는 사람은 기껏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선생이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실망하고 기가 죽고 위축될 것이다. 또한 반발감이 생긴다. 이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곳하게 '네네'하면서 고개 숙이고 눈 까는 사람도 없고 앞에서는 그저 말없이 있다가 뒤로 인터넷에 그어 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진 갈무리: YTN 뉴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필자가 학창 시절을 보낸 독일에서의 선생들은 더 가관이었다. 그들이 클래식 음악 본고장의 자긍심의 발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나기 전까지 음반과 책으로만 접하던 수많은 음악의 거장들이(물론 훌륭한 인품과 겸손함을 가진 분들도 다수였지만) 일본과 아시아 머니 맛을 봐 돈맛에 환장한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아시아계 유학생들을 무시하고 괄대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네가 우리 클래식을 알면 얼마나 아냐는 정도고 그저 해봤자 갓 쓴 원숭이 취급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게 또 우리가 만든 자화상이기도 하다. 유학원에서 버스를 대절해 30명의 학생들이 그 버스를 타고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인원은 30명인데 대부분 '김씨'가 쇼팽 발라드 1번을 치고 다녔으며 그러다 합격한 학교에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유학 마치고 돌아와 오직 교수라는 타이틀에 목매달고 취직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 직장을 얻고 사는 게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30명의 '김씨'들이 치는 천편일률적인 쇼팽 발라드 1번에 무슨 개성이 있고 차별점이 있고 끼와 흥의 있었겠는가! 거기에 대고 '한국 사람들의 연주는 개성이 없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겠는가! 아! 그때는 인터넷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았지.....

맨해튼음대 제임스 갠드리 학장의 사과문
맨해튼음대 제임스 갠드리 학장의 사과문

그저 음악이 좋고 여러 레퍼토리를 주변의 동료 음악인(그냥 전공자라고 하자)과 하고 싶어 이거 같이 연주하자라고 하면 되돌아오는 '안 배웠어, 안 해, 뭐 하려 해, 시간 없어' 그런 발언에 '야! 이걸 연습해서 해야 돼! 그냥 초견으로 치고 같이 놀자'이런 식으로 유도하면 재수 없고 밥맛없는 놈이다. 가곡 하나 제때 못써 작품 하나 쓰는데 땀 뻘뻘 흘리고 노심초사하는 사람에게 작귀(작곡의 귀신)라는 별명을 가진 내가 별 뜻 없이 '가곡? 그거 그냥 필받은 데로 쭈욱 한 번에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면 무시하고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고 죽일 듯이 달려든다. 그저 그러려니 답답하더라도 내 잣대로 보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세상의 준재들을 위해 숙이고 또 숙이면서 겸손을 가장하고 자신의 끼를 감추면서 살아야 되는 사람도 있다.

타국에서 유학하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 별생각 없이 '독일인들은 유머감각이 없고 무뚝뚝하다' 등의 발언이나 '독일 놈들은 어쩐다.. 미국 놈들은 어쩐다'하고 몇몇의 학교와 클래스 안에서의 한국 사람을 접한 서양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어쩐다 저쩐다' 떠든 격이라고 여긴다. 선생이라고 막말을 하고 맘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주장이 아니고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이젠 시대가 바뀌어 모든 걸 조심하고 경계하면서 선생이라도 학생에게 반말을 해선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상상을 초월한 반응과 요구가 횡횡하고 '인지 감수성'이 항상 최고로 끌어올려져 매사 언행에 신경을 곤두서면서 사는 시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내가 한순간에 갑질의 대상이요 천하의 쌍놈이 될지도 모른다. 관계가 좋았을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돌아서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비난과 협박을 한다. 인간이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편한 대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논리를 가져다 붙인다. 영원한 갑을도 없고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보이는 숲이 다르다. 무더위에, 코로나에, 여러모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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