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탐방기: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사람사는세상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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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기: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사람사는세상展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5.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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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월요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노무현 대통령 12주기 추모전시 '사람사는세상'展 열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도 챙기지 못하는 마당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신지 열두 해가 흘렀다는 것도 아트센터에 가서야 알았다. 일정이 꼬여 못 갈뻔하다가 지인이 두 명이나 전시회에 관계되어 있어 만사 제쳐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하던 '사람 사는 세상'을 주제로 한 2021 노무현서거 12주기 추모전시 <사람사는세상>이 열리는 인사동 마루아트센터로 지하 1층 특별관으로 향했다.

사람사는세상展은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을 받들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바램으로 기획되어 99명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그들이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역사성, 가치, 뜻,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나갔다. 출품작들도 장르와 소재 불문 중구난방이어서 전시회라기보단 박람회 또는 벼룩시장 같았다. 조직위원장은 구구갤러리 대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99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100이라고 가득 채우지 않아서 좋다.

홍형표 작가의 '아, 노무현! 고봉밥'

꾹꾹 눌러 담고 넘쳐도 아깝지 않다. 그저 퍼줄수록 보람이 큰 그래서 100이라는 가득함은 그림이 대신 채워준다. 홍형표 작가의 <아, 노무현! 고봉밥>이다. 풍요의 기반은 먹는 거라고 대놓고 보여준다. 서로 식사했냐는 인사를 나누고 먹방이 외국에서도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람사는세상이란 잘 먹는 세상이요 올바른 정치는 배불리 먹고 등 따스한 거니 정치인 노무현을 떠나 모든 정치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한 그림 한점이다. 참여? 숟가락을 들고 함께 한솥밥을 먹는 거다. 식구? 식탁에 차린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사이다. 같이 먹던 우물에 침 뱉고 돌아서는 자는 경멸한다. 그만큼 한민족에게 흰쌀밥, 양푼이 고봉밥 자체가 꿈이요 희망이요 현재이자 미래의 목표다. 즉 밥은 하늘이다.

김현숙 작가의 'With you'

김현숙 작가의 <With you>는 동행이다. with 다음에 인칭대명사로만 명시되어 있어 누구랑 동행을 할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산다는 게 동행의 연속이다. 누굴 만나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게 정치의 시작이요 삶 아니겠는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두의 관계로 이어지는 세상에 정지된 하나의 액상으로 밖에 담아낼 수밖에 없지만 순간의 흔적이 역력하다. 위아래 같은 제목으로 그림이 걸려 있고 위에는 누가 봐도 아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과거 시간의 재현이자 추억 소환이다. 자전거를 탄 노무현 대통령이 할아버지와 손녀라는 관계로 동행한다. 자전거를 끄는 노 대통령 뒤에 탓던 손녀가 세월이 흘러 어엿한 아가씨로 성장했고 노 대통령의 자리는 든든한 남친, 남편, 동반자가 대신한다. 밑에는 그를 통해 더 나은 세상에서 누릴 후손들인가 아님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인가. 현실적 공간에서 초현실적 세계를 찾고 있다.

박화수 작가의 '빛을 만나다'(좌)와 '향기로 날다'(우)

지난 3월 인사아트프라자에서 만난 똥덩어리 작가 박화수의 그림이 여기도 걸려 있을 거라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똥 대신 <빛을 만나다>라는 작품이 벽에 붙어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연관된 사람이 둘 인지 알았는데 셋인 셈이다. 독특한 소재에 투영된 빛의 굴절과 반사로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상에 지쳐 무기력에 빠진 당신에게 잃어버린 행복한 기억 또는 희망찬 미래의 희망을 선사하기 때문에 활력을 충만하게 만들며 그것 또한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을 만나는 관문이다. 그녀가 빛을 만났다는 건 결국 행복에 도달했다는 경지이니.

심종록 시인의 시를 권도경 작가의 그림에 새겨 넣은 <무정한 당신>에서 이탈리아 칸초네 <무정한 마음>이 들리더라. 작곡가 살바토레 카르딜로는 이탈리아 나폴리가 고향이지만, 1903년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미국으로 이주해 평생을 미국에서 살았다. 따라서 〈무정한 마음>을 쓴 곳은 나폴리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카르딜로 역시 고향을 그리며 봄날 저녁의 석양과 어깨동무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했을 거.... 그리움의 대상은 한 명으로 집결된다...... 다만 이렇게라도 예술가들과 세상에 남아있는 자들은 그 한 명을 회고하고 그리워한다.

심종록이 쓰고 권도경이 그리다. '무정한 당신'
심종록이 쓰고 권도경이 그리다. '무정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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