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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35] 콘서트 프리뷰: 불멸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 함신익과 심포니 송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1.12 11:05
  • 수정 2020.11.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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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1918년 12월 31일, 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독일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전쟁의 상처를 씻고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독일 노동자를 위한 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 그때 정확히 해가 넘어가는 12시에 4악장이 연주되게끔 밤 11시에 공연을 시작하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시도로 연말 콘서트의 새 장을 열었는데 지금도 이 전통을 이어나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매년 12월 31일에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11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과 심포니송의 베토벤 합창교향곡

해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면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인 <합창>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울려 퍼진다. 일본의 서양음악을 담당하던 방송국 JOAK의 직원 야베 겐조가 이 콘서트를 소개하면서 한 해의 마무리를 독일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고 전한 데에 일차적으로 합창 교향곡의 전래에 기인한다. 4악장의 가사로 쓰인 실러의 시에 내포된 인류와 형제애의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여는 송년음악회의 주제로 딱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조금 일찍 11월 중순에 <합창 교향곡>을 미리 만나게 된다. 올해 <합창>교향곡 첫 스타트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어온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베토벤 연주 시리즈 대장정의 피날레이다.

악성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의 대미를 장식할 만큼 짜임새 있고 촘촘한 구성과 4악장에 합창을 삽입하여 교성곡 같은 효과를 불어오는 파격,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서 추려 베토벤이 평소 품고 있던 인류애와 형제애를 추구한 가사까지 역대 어느 교향곡보다 높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마에스트로 함신익의 지휘에 소프라노 박하나,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동원, 바리톤 김동섭 그리고 국립합창단이 협연자로 나서면서 11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천국의 아우라로 펼쳐진다.

마에스트로 함신익

쉽게 간과하지만 9번 교향곡의 악장 배치는 이 곡의 핵심이다. 장엄한 마치 우주의 탄생, 창세기와 같은 소나타 형식의 1악장, 그 우주에 빚어진 인간의 발을 디딘 인간의 기쁨의 놀이인 스케르초 2악장, 베토벤이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표현하려고 가장 자주 쓴 양식은 변주곡안에 풀어낸 인간사 모든 갈등과 미움을 넘은 천국 그리고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인간들에게 보내는 베토벤의 메시지, 화합과 사랑하라는 유언인 4악장. 2,3악장의 순서가 바뀌어 3악장에 지극히 평온하고 느린 악장을 배치한 덕에 4악장은 마치 독립된 악극을 관람하듯 극적인 효과가 배가된다. 4악장 '환희의 송가'는 기악의 모든 악기와 솔리스트, 합창단까지 한데 어울려 절정에 치닫게 되어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이라는 가사로 소리 지른다. 베토벤 시대나 작금이나 인류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올해가 저무려면 아직 50여 일이나 남아있지만 올해만큼 현재 살아 숨 쉬는 전 세계 인류들이 고통과 불안에 떨고 일상의 자유가 박탈당한 해가 있었던가! 국지적인 전쟁과 이념 사상의 갈등, 종교분쟁, 난민, 테러 등 인류는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받았지만 올해만큼 인종, 세대, 종교, 국적을 뛰어넘은 전염병의 창궐에 온 인류를 절멸의 공포에 몰아 넣었고 여전히 진행형에 떨고 있다. 그저 국경을 봉쇄하고 나혼자 살겠다고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전 지국적인 운명공동체가 되어버렸다는 각성을 촉구하고 자각한 2020년이다. 그래서 관례(?)에 비해 조금 일찍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맞아 "음침한 고뇌를 돌파하고 기쁨에 찬 환희에 도달'히고 싶다. 그게 꼭 나만의 염원일까? 지금 살고 있는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자 기도이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긴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함신익과 심포니송의 연주로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같이 이겨내는 가슴 벅찬 에너지를 11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받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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