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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노트] 리메이크, 그 유혹에 대하여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0.11.11 07:58
  • 수정 2020.11.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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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할 건 글의 전체적인 리메이크에 대한 부분이다. 리메이크라고 표현했지만 보통 흔히 생각하는 그 리메이크와는 조금 다르며 쉽게 말하자면 작품의 대폭 수정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오탈자를 조금 잡거나 하는 수준의 수정이 아닌 환골탈태수준으로 작품을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자유연재 게시판에 연재를 하고 있는 작품이 있을 때 스스로의 기준에서 보나 독자수로 보나 성과나 나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거나 성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마추어 창작자는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 할 것인지 혹은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신작을 쓰자니 지금의 작품이 이루어 놓은 성과가 아깝고 리메이크를 하지니 리메이크에 들인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보장이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도 고르기 힘들다면 쓰고 있던 글을 계속 쓰는 것이 좋다. 중간에 연재하는 것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것은 버릇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대중소설계를 장편연재소설계가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연재를 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작가에게 가장 큰 재산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리메이크와 신작, 그 둘 중 무조건 하나를 고르고 싶다면 필자의 입장에서는 신작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를 해서 잘 된 작가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10년 전 가장 처음 공모전에 도전했을 때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지만 심사위원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본선 정도에 올라간 작품들을 제외하고 예선에서 떨어진 작품들을 심사위원들 피드백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당시에 필자가 도전한 공모전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아 출품된 작품들이 적어 예선에서 떨어진 작품들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피드백을 받아서 응모했던 작품을 완전 리메이크 한 뒤에 동일 공모전에 재투고를 하였다. 재투고한 작품은 본선까지 올라갔으나 본선에서 낙방을 하였다. 분명 필자는 리메이크를 통해서 작품이 나아지는 경험을 했지만 리메이크를 추천하지 않은 것은 바로 리메이크를 대하는 작가 그 자신의 마인드 때문이다. 리메이크를 선택하는 창작자들 중 신작을 쓰는 것보다 리메이크를 선택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가 덜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착각이다. 오탈자 수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적인 개연성과 설정오류까지 다 바로잡는 수준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면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나을 정도로 시간이랑 노력이 투입된다. 심지어 꽤나 연재를 진행했던 장편소설을 리메이크를 하면 들어가는 노력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리메이크는 한쪽 벽의 못을 박자 다른 벽의 못이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한쪽의 개연성과 핍진성을 잡으면 엉뚱한 곳의 개연성과 핍진성이 망가지는 일이 허다하다. 그리고 작품의 모든 오류를 잡았더니 정작 리메이크하기 전의 원형은 아예 남아있지 않아 신작을 쓰는 것이 나은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현재 연재하는 작품이 전체적으로는 심심한 편이지만 소재가 너무 좋아서 버리기 아깝다면 리메이크를 하기 보단 그 소재만 취해서 신작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연재작품의 태생적인 문제 때문에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성과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아무리 작가가 고치고 고친다고해도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틀, 혹은 기획 자체에서 문제가 있어서 고치는 행위 자체가 별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기가 평범한 작품이 리메이크를 한다고 해서 눈이 부실 정도로 갑자기 인기가 팍 성장하는 경우는 진짜 드물다.

 

첨언을 하자면 필자는 연재작가라면 단 한 번 정도는 리메이크를 해보기를 권장을 하는 편이다. 물론 뭔가 큰 기대를 갖고 리메이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데이터 수집을 위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작가로서의 필요한 경험을 쌓기를 권장하는 것이지 리메이크 자체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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