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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야광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11.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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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이불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흰색으로 된 파이프로

길 끝자락에서 무척이나 많이 맞았다고

내 어린 소년이 자랑했다

 

다 맞으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우리는 축하의 의미로 짜장면을 먹었고

먹다 남은 단무지로 멍을 지웠다

 

아이들은 손으로 혓바닥을 가리키며 날 찾아다녔다

다리에 곰팡이가 피었다

옆집 할아버지가 잠든 채 죽어가던

한낮이었다

 

우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닥거렸다

그때마다 슬쩍 보이는 초록빛이

내 뺨에 닿을 때

너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말했다

 

내 품에 매달린 소년이

거처를 잡지 못한 악몽을 끌어안았다

지나치게 부푼 새콤한 냄새

 

내일이 되면

다른 빛이 맴돌겠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에서

누군가의 혓바닥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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