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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34] 콘서트 프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새로운 길, Neue Bahnen’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11.09 09:24
  • 수정 2020.11.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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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가을이면 브람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인용,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제목처럼 그대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왜 브람스가 가을 남자가 되어버렸고 왠지 이런 쓸쓸함이 묻어나는 듯한 질문이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중순에 더욱 와닿은지에 대한 대답은 11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브람스 연주회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1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길'

음악회 제목인 '새로운 길' 옆에 독일어가 적혀있다. 음역하면 노이에 바넨, 새로운 길이란 단어를 독일어로 적은 거다. 그만큼 브람스는 독일적이고 독일어만의 뉘앙스가 가지고 있는 풍취를 품기는 독일 작곡가이다. 뉴 로드(New road)? 왠지 비(非) 브람스적이고 자동차 회사 광고문구 같다. 그럼 도대체 브람스적이란건 뭘까? 

1부에서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협연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슈만이 브람스를 '새로운 표상'이라고 소개했던 20대의 작품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1859년에 브람스 자신의 연주로 초연된 이 협주곡은 패기와 열정 넘쳤던 젊은 브람스답게 듣고 있으면 가을이 아니라 봄 또는 초여름과 같다. 중간중간 넘치는 의욕과 브람스 특유의 '유아독존'이 부담스럽고 45분이라는 연주시간이 무겁고 길긴 하지만 좌충우돌 질풍노도의 20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독일이나 한국이나 사람이라면 다 똑같은건 아니겠는가! 그래서 20대 브람스의 패기를 간접적으로마나 생생하게 체험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

새로운 표상이라던 브람스가 30여 년이 흐르고 장년이 되어서야 연륜을 갖추 고독과 우수의 작곡가로 대변되었다. 1번 피아노 협주곡과 4번 교향곡 사이에 브람스에게 어떤 일들이 생겼을까? 스승인 슈만의 비극적인 죽음, 스승의 부인이었던 클라라에 대한 연모, 독신을 이어온 숱한 인생의 파고가 브람스를 더욱 인간적으로 세상사를 초월한 달관의 경지에 오르게 만들었을까? 소멸되었다 여긴 시대에 한참 뒤처진 바로크 시대 변주곡 양식인 파사칼리아를 끄집어 내고 중세 교회선법을 도입한다. 당대의 음악적 트렌드와는 하든 맞지 않고 도리어 역행한다. 마치 지금 시대 레트로 열풍이라고 할까?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이 다 그렇듯 '시대의 부응'을 떠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관철하면서 자신의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면 외로워진다. 그리고 음악은 지극히 내적이 되면서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경지(Originality)와 자아(Identity)를 확보한 진정한 자기만의 예술이 된다. 그럼 그만큼 세상과는 괴리가 생기고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내면의 고독함이 여실히 드러난 곡이 브람스의 4번 교향곡이니 들을수록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환멸과 초월에 공감한다.

지휘자 정치용

안중근 장군은 옥중에서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살짝 틀어 가을에 브람스를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귓속에 가시가 날 지경이다. 음악회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30분 전보다 1시간 정도만 좀 더 일찍 와서 만추에 격조 높고 운치 있는 우면산 자락의 예술의 전당과 대성사를 걸으면서 브람스가 걸었던 새로운 길을 반추해보면 어떨까? 그러고 나서 듣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4번 교향곡은 인생압축판으로 더욱 진한 브람스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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