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샀다.
이역 땅
홀로 사는 몸이라
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
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
먹으려고 살피니
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
감자 썩은 건 먹어도
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
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
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
미움도 외로움도
속에서 푹 썩어 가야
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
내 안에 있는 상처도
얼마나 더 썩어야
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