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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고집쟁이 그림쟁이 함께있네

안소랑 전문 기자
  • 입력 2020.09.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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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영화 감독 그 아이는 항상 거짓말만 한다

그런데 돈은 제때에 갚고 제때에 빌린다

그런 웃기는 애가 곪아터진 이야기만 한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자신의 순정에 대하여

 

그럼 또 그림쟁이가 있다고 한다

미술은 배우는 게 아니라면서

노트에 누드화가 가득하다

남자와 아끼는 밤을 나눈다

솔직히 나와 나눠줬으면 싶었는데

헤테로의 정의를 모른다

 

그 사이의 나는 시집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렇게 됐다 낭만을 곪아터진 애에게 배웠다

책장에 꽂혀있는 시를 찢어 일기장에 붙였다

이건 내 작품이라고 싸인을 남기랬다

 

지겨운 하루의 연속은 회전목마 때문이다

교복입고 단체사진 찍는 것은 취급의 문제

둘은 그런 사진을 찍어줬고

나는 열기구를 타며 구경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모두와 절교

엄마가 버린 교복은 주름을 안고 불 속으로 갔다

그래서 학창시절이 떠오르지 않아 좋다

안경잡이는 이제 없다

 

아무도 내 시를 읽어주지 않는다

둘은 시의 원천에는 관심이 없고 나도 그렇다

우스운 날 속에 우비를 쓰고 다닌다

땀이 비처럼 내리던 졸업식은 습하다

 

함께 바다로 놀러가는 마지막을 쓰고 싶었는데

다 틀려버렸다

나는 바다보다는 산에 낀 안개를 사랑한다

 

그래서 둘만 있다

나는 없고

대체 어쩌라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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