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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가난을 위하여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08.08 19:44
  • 수정 2020.08.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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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위하여
      윤한로

골방 들창에 비 구죽죽 내리고
이런 날은 죽치며
사타구니 쓸며 쓸며 또다시
도스토옙스키 그 가난 음울 음미한다
어떤 선도
어떤 진실도
어떤 아름다움도
가난을 이기지 못한다
당할 수 없다
무슨 무슨 대사상도
무슨 무슨 대지혜도
무슨 무슨 대문학도
가난을 이기지 못한다
누르지 못한다 감히
이겨서는 안 된다
썩어 문드러진 세상에
유일하게 깨끗한, 거룩한 가난
거기에 폐를 쥐어짜는 병까지 곁들이다니
도스토옙스키
, 비참 그 앞에 서면
장황한 사변 그만 다 내팽개치곤
감상 감정 격정에 빠져 버리고 만다
찌질해지고 만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옳구나
구죽죽
, 영원히 빛나는구료

 

 


시작 메모
누가 자꾸 이생망, 이생망그런다. 그게 무슨 말이냐 했더니, 자기는 이번 생에서는 망했다는 게다. 돈도 없고 집도 그렇고 식구들도 그렇고. 씨부럴 사람. 도스토옙스키는 몇 시간이면 이 세상 평생 동안 행복을 모조리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려면 단, 영혼이 가난해야 한다. 그러니 이생망, 이생망 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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