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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회의 운영

이상훈 전문 기자
  • 입력 2020.07.1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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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민주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을까?

정치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은 많이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과연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을까 라고 질문했을 때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주의는 정치가가 담당할 분야이고, 대학교수가 이론적으로 정리할 영역이지 우리의 생활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질문 내용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민주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을까 라고 바꿔 보았다. 좀더 현실 상황이나 경험을 근거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 질문의 키워드는 '민주적으로'와 '회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구성원이 주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보통 민주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의란 일반적으로 논의할 주제가 있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였을 때 회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두 키워드가 합쳐져서 '민주적 회의'라고 표현하면, 우리는 그 특징을 도출하기 위해 반대적 표현인 '비민주적 회의'와 비교할 수 있다.

여럿이 모여 특정 주제를 논의할 때 어떤 회의를 '비민주적'이라고 표현하게 될까? '비민주적'이란 뜻은 '독단적'이란 표현과 유사할까? 어쨌든 회의에서 모인 사람들간에 차별이 있다면, 예를들면 어떤 사람이 회의를 자기 마음대로 주도하고 다른 사람들은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제한된다면 그 회의를 '민주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예로는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의 의견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가치있다고 암묵적으로 생각하는 회의를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민주적 회의가 되려면 적어도 회의참여자가 '모든 의견은 소중하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회의 운영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퍼실리테이터는 바로 이 문장, 즉 '모든 의견은 소중하다'를 금과옥조로 삼고 회의를 진행한다.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밑에 사람없다. 마찬가지로 의견위에 의견없고, 의견밑에 의견없다. 이론적으로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회의를 할 때 참석자들이 그렇다고 생각하게 한다. 회의를 시작할 때 이 문장을 회의규칙 혹은 원칙으로 하겠다고 참석자들의 동의를 받은 후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의 진행 중 이 문장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표현이 나오면 규칙에 동의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참여자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아마도 '말도 안돼' 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문장이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끔 나 스스로도 선입견때문에 차별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깨닫고 사과하는 용기는 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를 일상생활화하려고 노력한다. 거창하게 민주주의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논의하는 회의를 할 때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마음과 행동을 한다면 스스로를 '민주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모두가 이것을 실천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가 현실 상황에 뿌리내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영주까지 내려가 중학생들과 함께 '민주적 회의운영'을 실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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