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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11. 12. 13.

김홍성
  • 입력 2020.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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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가을 하늘 잠자리 날개 날렵하더니

해 기울자 눅이 차서 몸보다 무겁구나

앞산 그림자 밀물 들듯이 몰려와 밤이 되리니

싸리 울타리 끝에 그대 잠들면

못 보던 별이 돋고 이슬이 비처럼 쏟아지리라

 

12

 

엊그제 그리 곱던 복사꽃

오늘은 안쓰러워 못 보겠네

흐린 골목 어귀 담벼락 따라

먼지바람에 휩싸여 굴러가네

낯선 골목 서성이던 날들이

오늘 따라 목 메는데

외상 주던 술집 문은 잠겨있구나

 

13

 

어제 부음을 들었더니 오늘 동트자마자 뻐꾸기가 운다

앞산 뒷산에 아직 자는 새들을 하나하나 깨운다

차곡차곡 죽었지만 뒤죽박죽이 된 과거에서 화창했던 날들을 불러낸다

푸른 하늘 푸른 숲 흰 구름 그리고 이슬처럼 서글펐던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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