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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59] Critique: 에스메 콰르텟 데뷔 리사이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6.10 09:38
  • 수정 2020.06.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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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화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사랑받고 싶은 현악4중주단의 한국 데뷔 리사이틀

2016년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던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와 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이 결성한 에스메 콰르텟(Esme Quartet)는 2018년 봄, 창단 1년 6개월 만에 런던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한국인 실내악단 최초로 우승하였다. 동시에 베토벤과 모차르트 작품을 가장 훌륭하게 연주한 팀에게 주어지는 알란 브래들리 모차르트상, 브람스 엘더링 베토벤 상을을 수상하고 에스테르하지 재단상, 프로콰르텟 재단상 등 총 4개의 특별상을 석권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대상 수상으로 한국 음악계에 모습을 들어낸 프랑스어로 '사랑받다'란 뜻의 에스메(Esme) 콰르텟의 한국 데뷔 리사이틀이 6월 9일 화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6월 9일 화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에스메 콰르텟 한국 데뷔 리사이틀

첫 곡인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제14번>은 빈야드 스타일의 롯데콘서트홀과 절묘하게 부합된 음향이 마치 유럽의 고궁에서 듣는 듯한 고풍스러움을 선사했다. 아무리 모차르트라고 해도 전통적인 범주의 학맥과 아카데미,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논문 스타일의 작품을 남길 때는 음악적 자연스러움과 반짝이는 즐거움이 반감된 지극히 완성도를 추구한 '작품으로의 작품'이란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체감시킨 작품이었다. 즉 고상한 연주에 비해 곡이 재미없다. 전형적인 정형 예술로서의 클래식이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1961~)의 <현악사중주와 테이프를 위한 '파라메타스트링'>은 모차르트에 이은 '음향 건축물'의 연속체였다. 증폭된 소리의 테이프 녹음과 함께 연주하는 '파라메타스트링'은 작곡된 1996년에야 신선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 영화 '인터스텔라'나 SF 또는 스릴러, 납량특집 유의 공포물에는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미 더한 환상적이면서 신비한 사운드 창출이 가능하고 빈번해졌다. 각각의 악장에서의 작곡 요소, 기법 등의 활용과 발전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3악장의 집중되면서 몰입된 사운드는 굉장히 증폭적이었다. 다만 현악사중주라는 장르보다는 진은숙 개인의 상상과 음악세계를 현악기 4명과 테이프로 만든 공간음악이었다. 1시간이 넘은 모차르트와 진은숙이 끝나고 객석에 다시 불이 들어오자 앞뒤 좌우 사방에서 기지개가 발발했다.

에스메 콰르텟의 한국 데뷔 리사이틀
에스메 콰르텟의 한국 데뷔 리사이틀

2부의 첫 곡은 러시아 작곡가 다니엘 갈리츠키(1982~)의 아일랜드 민요 <런던데리의 노래>였다. '대니 보이'로도 잘 알려진 이 선율이 다시 재탕된 건데 목가적인 서정풍의 다큐멘터리 영상에 삽입이 되면 어울릴 별로 신선하지 않은 악풍이었다. 곡이 끝나고 제1바이올린 주자가 객석으로 손을 뻗치자 1층 세 번째 줄에 않아 있던 한 남자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런 7분여의 곡을 듣기 위해 작곡가가 한국에 몸소 온 것이다. 그것도 이 코로나 시국에..... 초대되어서 왔다고 하면 경비도 많이 들고 입국 절차도 까다로웠을 건데 하는 오지랖 넓은 우려가 들었다. 러시아? 독일? 영국? 미국? 아무튼 이역만리에서 작곡가 사비로 와서 한국에서 에스메 콰르텟이 연주하는 자신의 곡을 감상하러 체류한다? 에스메 콰르텟과 각별한 무슨 인연이 있는 건지...

네 명의 연주자가 건축물의 일부를 구성하는 기둥과 대들보 등의 기능에 충실하고 상호 보완적이어서 4명이 아니라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하고 소리를 내는 듯한 일체감을 보인 마지막 곡 프란츠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전체적인 곡의 구도와 밸런스는 아주 탁월했다. 특히 현악기 슬러와 슬라이드의 독해가 흥미를 끌었다. 긴 음표 다음에 짧은 음표의 프레이즈 또는 단락에서는 앞의 긴 음표가 상대적으로 다 채워지지 못하다 보니 뒤의 짧은 음표도 거기에 비례해 깊게 눌러진다기보다는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율의 명료성이 조금 저하된 느낌의 와중에 2악장 마지막 변주의 비올라의 선율 노래는 영혼을 위로하고 심신을 평온하게 하는 치료제였다. 또한 3악장의 트리오에서는 4명이 모두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출해 내었으며 4악장의 몰아부침은 젊음의 패기와 에너지를 맘껏 느낄 수 있었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는 역시 명작이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는 역시 명작이다!

금년 2월에 프랑스의 음반사 Alpha Classics 레이블에서 이날 연주한 진은숙의 현악사중주를 포함 베토벤, 브리지의 작품으로 자신들의 그룹명이기도 하며 소망이기도 할 <To be Loved> 음반을 발매했다고 한다. 2021년에는 영국의 Champs Hill 레이블을 통해 두 번째 앨범이 발매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가 수록되길 바란다. 그럼 나라도 제일 먼저 두 번째 앨범의 소유자가 기꺼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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