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비시 詩帖]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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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파묘
  • 김문영 글지
    김문영 글지 kmyoung@mediapia.co.kr
  • 승인 2020.05.2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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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파묘합니다" 세번 소리지르고

세군데 산소의 중요한 자리 찍어내고

곡괭이도 울고 나도 운다

서둘러 포크레인 삽날이 울음을 밀어내는데

근심 모르는 뻐꾸기 뻐~꾹 뻐~꾹 청량하게 노래한다

2020년 음력 윤 4월4일 양력 5월26일

제천시 청풍면 실리곡리 산 중턱

큰아버지 내외 아버지 내외 합장으로 누워 계신 산소가

문득 낯설다

무너진다

평장 전환 산소 개량작업 봉분 열어보니

22년 세월 어머니 시신은 썩지 못하고 있었다

평생 밭매느라 걸린 관절염으로

심하게 굽은 오른쪽 무릎 그대로 굽은 채

하늘보고 울고 있었다

죽어서도 근심과 걱정 그리 많았을까

무엇이 서러워 썩지 못했을까

무엇이 안타까워 탈골하지 못했을까

내려놓고 비우면 그만인 것을

죽어서도 부질없는 것들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벌초 제사 없어지는 세태가 한탄스런 것일까

청풍김씨 판봉상시사공파 23세 규덕공 후손

가족묘원 조성하고 돌아서는 발 등 위로

눈물 뚝뚝 떨어지는데

하늘은 자꾸만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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