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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37] 미술관 탐방기: 세종미술관 '행복이 나를 찾는다' 기획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5.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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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토요일까지 세종미술관 1관에서 열리는 다원예술 프로젝트 '행복이 나를 찾는다' 기획전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종문화회관 주최로 여는 첫 전시회. 4월의 마지막 날,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이 미뤄진 화창한 4월의 마지막 날, 해외유입자를 제외하곤 국내 확진자 수가 0명이라는 감동의 희소식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찾은 세종문화회관 1층의 세종미술관. 1관에서 열리는 '행복이 나를 찾는다'는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삶,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한 고민을 담은 전시회다. 우리는 몇 달간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고, 보고 싶은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나라 전체가 창살 없는 감옥이요 언제 전염병이 나에게도 덮칠지 몰라 불안해하며 감염 공포가 만연해 사람들끼리 경계했다. 길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이 유령도시가 되었으며 경제활동은 마비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일어난 일이 아닌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지구촌 어디 한 군데 안전한 곳이, 피신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행복이 멀지 않는 곳에 있었구나, 하루하루 건강히 살아가는 그 자체가 행복이구나 하는 사실은 지구인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알게 되었다.

세종미술관 기획전 '행복이 나를 찾는다'

세종미술관 기획 전시로는 처음 시도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인 '행복이 나를 찾는다'는 시각예술가 6팀이 서울시 무용단,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 서울시 극단과 함께 30여 점의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였다.

신제현 작가의 <백선>(White Line)은 무용단, 극단과 협업해 무용수 개인이 가지는 행복과 불행, 현실과 이상 등 다양한 경계를 영상과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다. 백선, White Line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물리적, 심리적 경계라고 한다. 무수한 흰 선들은 괴랄하다. 흰 선의 경계, 어린 시절 한 책상을 사용해야만 했던 짝꿍이 흰 줄을 쫘악 그으며 서로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 지으면서 손톱만큼이라도 침범을 허용하지 않았던 그 흰 선들은 우리 생활 영역에 곳곳에 그어져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그 흰 선이 더욱 두꺼워진 거뿐이다.

현재 상황을 반영한 장철원의 <재난과 시간>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인간의 몽매함을 질타한다. 만물의 영장이요 지구의 지배자라고 으스대던 인간이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존재에 불과했다는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게 한다. 물리학? 지구의 비밀과 이치를 밝히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지구의 비밀을 한 꺼풀도 못 벗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요,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에 불과하다.

신제현 작가의 '백선(White Line)'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무명(無明ㆍ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을 깨우쳐준 건 어이없게도 전 지구적인 재앙인 코로나19이다. 인간의 이익을 위한 뭇 생명 생존의 위협 및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소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제대로 알게 해줬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어리석은 포교에 치중하고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탐심(貪心)의 발욕, 학교가 문을 닫고 가족 모두가 가정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화나는 마음(진심ㆍ嗔心),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게을리하거나 과도하게 불필요한 접촉을 하거나 의학적 학문과 종교적 신념의 영역을 구별하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치심ㆍ癡心)이 코로나 주변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5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저자들이 던지는 물음에 우리가 '행복'이라고 바꿔 대답할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록 인생역전이 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일상을 누리는 자체가 행복이다는 걸 우리는 알지 알았는가! 굳이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 인종과 종교, 국경과 신분을 초월해 지구촌 모든 인류가 화합하며 서로의 용기를 북돋아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고재욱 작가의 유리 큐브로 구성된 일인 노래방 'Die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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