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210] 나 떨고 있니? 대학 음악과의 운명은 어찌 될까?
[성용원 음악통신 210] 나 떨고 있니? 대학 음악과의 운명은 어찌 될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3.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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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신라대는 살아남았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했던 음악학과 폐지안이 3월 10일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신입생을 모집하게 되었다. 올해 정원 미달이 발생한 신라대 음악학과는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 폐과를 추진하다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꾸린 음악학과 존속위원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부산시 음악협회 등 각종 예술 단체도 폐지 반대 운동에 동참하면서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익산의 원광대는 살아남지 못했다. 이미 2012년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제한 대상에 선정된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당시 한국문화학과를 비롯해 도예전공, 환경조각전공, 서양화전공, 한국화전공, 정치외교학전공, 국악전공, 무용학전공, 독일문화 언어전공, 프랑스문화 언어전공, 철학과 등 11개 학과 폐지가 논의되었다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음악과와 국악과를 통합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었는데 다시 음악과 폐과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신학대교회음악과는 2018년 12월 작곡 전공 전임교수의 퇴임이 후 일 년 넘게 전공 전임 교수 없이 배회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작곡 전임교수 채용을 위한 청원문까지 올릴 정도였으나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

신라대 음악학과 폐과 반대 서명 사이트

서양 클래식 음악이 유입된 후 1980년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고 경쟁력이 있는 과목으로 예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클래식 교육학과가 지방의 전문대까지 확산되는 등 서구 클래식 음악이 호황을 맞았다. 그때는 수요가 있고 가르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았으니 유학만 갔다 오면 교육기관의 취직이 용이했으며 음악가들도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음악이 예술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천 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국내 경제성장 정체와 학령인구의 감소, 그리고 IMF를 겪고 난 후 사회의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예술보다는 안정적이고 보장된 직업으로의 사회관심의 선회, 그리고 실용음악의 위상 정립과 그에 따른 수요 급증, 한류 열풍으로 인한 다른 타 엔터테인먼트과에 밀려 음악대학, 예술대학이 현재는 대학구조조정의 1순위요 기존 교수들만 명예퇴임하면 폐과의 순을 밟는 단계에 와 있으니 어느 누구도 쉬 짐작하지 못한 급박한 변화와 추락이라 밖에 할 수 없다.

사실 클래식이든 실용음악이든 음악 같은 기능과 예술이 대학이라는 기관에 하나의 학과로 편제되어 있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작은 규모의 아카데미, 콘서바토리 또는 칼리지 정도의 독립된 단과대로 운영하면서 도제식 실기 위주로 예술인을 양성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실용음악과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돈이다. 이제 클래식, 순수음악은 반대로 돈이 안되니 폐과시키고 있다. 정작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인식의 결여로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문자 그대로 대중문화로 취급되었던 것이 음악인들의 노력과 한으로 2년제 전문대학에 실용음악(이 용어 자체가 콩클리쉬이자 국적, 철학 불명이다)이란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과를 개설, 주먹구구에서 탈피, 체계화된 교육을 제공하고 학습의 수요를 충당하면서 실용음악의 위상을 정립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말부터였다. 그렇게 만들자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경쟁률이 몇 십대는 가볍게 상회하고 몇백 대 일을 육박하니 학교 입장에서는 굴러들어온 복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전국에 번지게 되었고 현재도 실용음악과는 대학 입장에서는 효자 학과다. 취업률은 나중 문제고 우선은 입시 때 지원자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원광대 대학본부 앞에서 침묵 피켓시위 중인 음악과 교수와 학생들

이와는 반대로 이제 클래식은 사멸이다. 하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가르치겠단 사람은 많다. 꼭 음악만 그러겠는가! 사회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역삼각형 인구 구조에서 학문의 상아탑이요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어야 할 예술대학교수는 언제 학과가 없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는 제자들에게 전공과 상관없는 취업을 읍소하며 이제 순수음악을 하겠다는 학문후속세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학교란 직장이라도 있는 교수들은 정기적인 봉급이라도 받지만 그러지 못한 수많은 음악인들은 십수 년을 수억을 들여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와봤자 거의 실업자 신세다. 생계가 막막하다. 갈고닦은 기량과 배운 것은 한번 맘대로 발휘나 해보고 꿈이 좌절된다면 억울하지나 않겠지만 아예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버린 것이다.

경쟁력이 없는 사물은 도태되고 멸종되는 건 자연의 흐름이다. 영원한 건 없다. 기술의 발달과 생활 양식의 변화는 거기에 맞는 생활 습성을 요구한다. 피아노과 정원이 한 학년에 40명이었던 게 비정상이었다. 이 호황이 계속될 거라 무방비로 취해있었다. 이때 배출된 사람들이 80~2000년대 초중반 학번까지의 사람들은 오갈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 과를 존속시키려는 건 진정 음악과 예술 발전을 위해서인가? 아님 그 과를 나온 사람들의 사회에서의 생계수단으로서 대학이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 대학의 음악과가 클래식 음악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수구적이고 자신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논리이다. 역설이게도 현재 서울의 몇몇 상위 학교들의 경쟁력은 더욱 세지고 있다고 한다. 현역생들보다 재주,삼수생, 반수, 편입생, 유학생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럼 이들이 어디서 오겠는가! 정원 미달로 아우성이요 취업률 때문에 전국의 대학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사람이 몰리는 곳이 있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안위와 생계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기관들은 넘치는데 자원은 한정적이고 결국에 그것들을 찢고 나누고 그들 안에서의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되지 않는 판국에 진정한 문화예술의 발전과 교육, 인재 양성은 부수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적자생존의 시대다. 다 구해주고 살릴 순 없다. 어떤 게 진정한 미래시대 생존을 위한 길인지 사심에 좌우되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서울신학대 교회음악과 학생이 올린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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