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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이세돌

윤한로 시인
  • 입력 2020.01.04 06:53
  • 수정 2020.02.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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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 이세돌 9단 은퇴에 부쳐

어째서
큰 자들은, 정말 큰 그릇들은
저래 작고 비리비리하고 오종종하고
꾀죄죄할까
, 그게 더 멋지다 
거기에 엄청 긴 손톱
한 돌 두 돌 세 돌
부드럽게 비틀어 가는 데야
마치 노래처럼
실바람처럼 꺾더라
, 밟아 버리더라
, 또 중국 구리를 깨러 갈 때는
어린 딸내미까지 등에 업고
시장 보러 가듯
동네 목욕탕 가듯 건너가지 않았냐
'나는 그 누구한테도 자신이 없습니다
질 자신이,
 ,'
그 목소리까지도
영락없는 아줌마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데야
우리 같은 똥파리들께는
세계 최강 그대가 언제나 기쁘다
더구나 갑자기 다 때려치고 은퇴를 한다니
한 돌 두 돌 세 돌
바둑 두듯 농사나 짓쟈
고기나 잡쟈

 


시작 메모
이세돌 9단이 은퇴했다. 나이도 있었지만 바둑계에 적폐 때문에 걷어차 버린 걸 게다. 세돌 9단은 언제나 앳된 소년 같았는데. 소녀보다 더 순수한 소년, 소녀보다 더 부끄러운 소년, 소녀보다 더 외로운 소년, 소녀보다 더 연약한 소년, 소녀보다 더 시인 같은 소년, 소녀보다 더 용기 있는 소년, 소녀보다 더 힘센 소년, 소녀보다 더 대찬 소년, 아아, 소녀보다 더 손톱이 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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