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것들의 겨울나기>
골짜기를 휘돌아온 한파
텃밭 마른 나뭇가지를 덮쳤다
오소소 떨며 앉아 있던 산새들
깃털 더욱 야무지게 여미지만
찬바람은 속속들이 파고들어
급기야 언 살 터뜨린다
끈덕지게 아픔 참아내는 추운 아침
규제와 통제를 외치는 갑들의 함성 높아지고
살아남기 위해 비위 맞추는 을들의 낮은 목소리
산마루 넘지 못하고 허리에 걸린다
간 밤 휘영청 빛을 뿌리던 둥근달
날은 밝는데 아쉽고 안타까워 지지못한 채
하늘 한 켠에서 빛을 잃는구나
약자들의 어깨동무 맹렬한 추위 감당하지 못하고
힘없이 맥없이 풀리는구나
어깨 풀린 겨드랑이 사이로
매운 찬바람 사정없이 내리꽂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