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127] Critique: 2019 서울시향 브람스 교향곡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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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127] Critique: 2019 서울시향 브람스 교향곡 4번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19.12.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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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목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 토마스 다우스고르)의 슈만 피아노 협주곡(피아노 데죄 란키)과 브람스 교향곡 4번 연주회를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와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4번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와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4번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객석에서 봤을 때 왼쪽, 즉 제1바이올린 옆에 배치된 게 첫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이런 구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 답은 슈만이 시작하자 금방 알 수 있었다. 슈만의 관현악법에 대해 슈만 생존 시부터 설왕설래가 많았다. 총주(Tutti) 위주에 개개 악기들의 색채가 부족한데다 효과적이지 못하며 정교함과 폭발력이 떨어진다는 슈만의 선배이자 닮고 싶어 했던 베토벤적인 사운들에 비하면 뭔가 기초공사가 부실한 듯한 육중한 사운드가 덜하다는 평과 편견이다. 필자는 슈만이 의도적으로 그런 사운드를 원해서 그렇게 오케스트레이션을 했으며 그거야말로 슈만 특유의 사운드라고 여긴다. 슈만의 오케스트라 울림은 당대의 멘델스존같이 화사하고 색채적이지도 않으며 베를리오즈처럼 화려하고 기발하지도 않으며 베토벤처럼 장엄하지도 않다. 이에 대해 쇤베르크는 그의 저서 <스타일과 아이디어>에서 "슈만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수준 낮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만약 슈만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다르게 바뀐다면 전형적인 슈만 스타일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 슈만은 멘델스존이나 베를리오즈와 같은 오케스트라 소리를 원치 않은 것이고 자신만의 내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슈베르트 스타일을 계승한 그래서 슈만에서 후에 말러로 이어지는 관현악 기법을 창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출발하여 피아노를 통해 오케스트라로 바라보면서 피아노의 세계에 오케스트라를 마치 자신의 피아노에 맞추고 결국 피아노를 통해 교향곡의 음향을 만들어낸다 볼 수 있다. 피아노 4중주와 5중주라는 장르가 슈만에 의해 불세출의 걸작이 만들어진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피아노에 현악부가 결합되어 마치 피아노가 협주곡처럼 쓰이고 있는 건 오늘의 협주곡과 일맥상통한다. 슈만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감성적이면서 시적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관현악 사운드를 그의 피아노곡 <다비드동맹 무곡집 op.6>의 17번째 곡 서두 지시에서 착안한 '먼 곳에서 들리는 듯'(Wie aus der ferne)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런데 저음악기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군(Group)이 제1바이올린 옆에 바로 붙어버리자 그런 슈만 특유의 사운드는 희석된 반면 먼 곳에서 들려 다소 명확하고 선이 굵지 않고 희미했던 저음이 비약적으로 보강되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슈만이 아닌 다른 작곡가의 흔히 듣는 토대가 튼튼한 소리로 변했다. 그래서 1악장의 클라리넷으로 제시되는 2주제 바로 전이라던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중간의 Andante 부분, 2악장의 인터메쪼에서 확연히 사운드가 보강되고 풍성해지면서 피아노가 자연스레 용해되는 체험도 하였다. 그런 배치는 브람스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브람스를 다른 관점과 면모로 접근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슈만에서 너무 분열적이고 산발적인 면이 파생되어 처음에는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의 스타일인 줄 알았다. 1951년생이니 올해 68세의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의 연주는 좀 더 프레이즈가 차분하고 숨이 덜 가팔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협주곡 1악장의 오보에 선율부터 들기 시작하더니 3악장의 푸가토와 3주제도 하나의 명확한 구조로서의 부분보다 그저 한 악절(Passage)로 흩어져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앙코르로 연주한 슈만의 숲의 정경(Waldszenen op. 82)의 7번 Vogel als Prophet(예언의 새)에서는 지극히 느긋하고 몽환적이었으며 다급하지 않았다. 슈만의 사운드가 다시 들렸다. 먼 곳에서........(Wie aus der ferne)

분열과 산발은 브람스에서 그대로 적용되었다. 급박한 전개와 숨 가쁜 몰아침(특히 1악장과 4악장의 피날레)은 바로 지휘자 토마스 다우스고르였다. 세상과의 괴리에서 오는 고독한 중늙은이 브람스의 내적 필연성과 인간성이 충분히 끌어올려지지 못한 상태에서 역시나 다음으로 쑥 넘어가 버렸다. 내면의 고독한 회한과 번민보다 격정적이고 격앙적인 브람스가 만들어졌다. 오늘의 브람스는 그래서 너무 차갑고, 너무 폭발적이고, 너무 질풍같이 달렸다.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4번 포스터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4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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