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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칼럼 淸風明月] '토지'를 다시 읽으며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11.24 07:26
  • 수정 2019.1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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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다시 읽으며

박경리 글지의 대하소설 '토지'는 내 인생에 있어서 역사를 인식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 최근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이 복잡하고 울분이 치밀어 '토지'를 다시 읽는다. 촛불이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바꾼 것은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 번영 통일의 과업을 완수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적폐세력들은 더욱 난동을 부리고 미국과 일본의 파렴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5년에 걸쳐 집필된 전 5부로 완간한 대하소설이다. 동학농민전쟁, 갑오개혁으로부터 일제의 강점으로 인한 36년 간의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관통하는 소설이다. 내가 문화일보 기자를 하던 시절, 문화일보 연재를 끝으로 완성한 소설이다. 지난 시대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해 낸 점이 지금의 복잡한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나의 삶을 규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예술 장르로도 확산되어 많은 국민들이 '토지'라는 소설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 주변 특히 시나 소설을 쓰는 문학인조차  '토지'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흔치 않다.

제1부의 시간적 배경은 1897년 한가위에서부터 1908년 5월까지인데, 평사리라는 전형적 농촌마을을 무대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사리의 전통적 지주인 최참판댁과 그 마을 소작인들을 중심인물로 하여 조준구의 계략, 귀녀·김평산 등의 애욕관계 등이 한데 얽혀 그 당시 사회상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일제에 의한 국권상실, 봉건 가부장체제와 신분질서의 붕괴, 농업경제로부터 화폐경제로의 변환 등 한말 사회의 변화가 소설의 배경이 되면서, 최참판댁의 몰락과 조준구의 재산 탈취 과정을 주요한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제2부의 시간적 배경은 1911년 5월 간도 용정촌의 대화재로 시작되어 1917년 여름까지인데, 여기서는 경술국치 이후 1910년대의 간도 한인사회의 삶의 모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서희와 용이 등 평사리 주민들의 간도 이주의 서사적 공간이 이동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지리산 동학 잔존 세력의 모임을 제외하고는, 국내정세보다 간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정세가 주요한 배경을 이루면서 독립운동의 양상을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서희의 조준구에 대한 복수에 이야기가 집중된다.

제3부는 1919년 3·1운동 이후 1929년 원산총파업과 광주학생사건까지 1920년대의 진주와 서울 같은 도시에서의 삶이 그려진다. 일제에 의하여 추진된 식민자본주의화 과정을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에는 운전수·의사 등 직업인과 교사·신여성·문필가 같은 지식층이 대거 등장한다. 조준구에 대한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서희의 삶과 동학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려던 김환은 일제의 고문 끝에 죽음에 이르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송관수로 전형화되는 민중적 삶과 서울의 임명희를 둘러싼 지식인과 신여성들의 삶으로 이동한다.

제4부는 1930년부터 1937년 중일전쟁과 1938년 남경학살에 이르는 시기가 배경이다. 서울·동경·만주에서 하동·진주·지리산까지 확대 된다. 민족주의·공산주의·무정부주의 등 독립운동의 여러 노선이 제시되는가 하면, 지식인들의 사상적 경향과 등장인물을 통해 일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길상의 출옥과 군자금 강탈사건, 유인실과 오가다의 사랑이 묘사된다.

제5부의 시간적 배경은 1940년부터 1945년 8·15광복까지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부분이다. 송관수의 죽음,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 단체의 해체, 길상의 관음탱화 완성, 오가다와 유인실의 해후, 태평양전쟁의 발발, 예비 검속에 의한 길상의 구속 등이 이어진다. 광복의 날을 기다리는 민족의 삶들이 펼쳐지는데, 양현과 영광, 윤국의 어긋난 사랑이 갈등을 이룬다.

최씨 일가의 3대에 걸친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당대 사회상이 잘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이 600여 명에 이른다. 서희와 조준구의 원한관계, 월선과 용이의 한많은 사랑, 김환의 죽음 등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양상이 폭넓게 형상화되어 흥미를 돋우고 있다.

'토지'의 역사적 배경이 마무리된 시점, 즉 해방 후 우리의 역사는 '토지'의 역사보다 더 오래 잔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1897년~1945년의 역사와 1946년~2019년의 역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적폐와 모순은 더 견고해지고 강화된 것은 아닌가. '토지'의 역사에서 국권과 내땅을 배앗긴 수모는 있었지만 '민족분단'이라는 비극은 없었다. 물론 '토지'의 역사는 민족 전체가 말살당하는 현실이었으니 두 동강난 현재보다 더 아픈 역사로 규정할 수도 있겠다. 두 동강난 채 7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역사 또한 세계 어느 민족도 겪어보지 못한 아픔이다.

촛불의 꿈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정책은 집권 초기의 적폐세력 청산, 평화 번영 통일의 결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적폐세력들의 난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사슬에 갖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본의 파렴치에 허망하게 당하는 모습이다. 경제가 엉망이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거늘 전 정권의 페습으로 물려받은 국가 조직의 '낙하산' 인사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키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이제는 아픔의 세월을 끝장내야 한다. 이유와 핑게를 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이유없이 만나야 한다. 그리고 포옹해야 한다. 동강난 산하를 하나로 이어야 한다. 철도를 연결하고 도로를 붙여야 한다.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금강산 관광도 하루빨리 다시 시작하자. 백두산도 우리 땅을 통해서 가보자. 북한 주민들에게 설악산과 한라산도 개방하자. '토지'를 다시 읽으며 두 동강난 채 살아가는 우리민족의 현실이 서글퍼 눈물난다. 정치권이여 재발 곁가지 붙잡고 삐약삐약 거리지말자.

촛불의 꿈을 짓밟지 말라.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 번영 통일의 길로 달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촛불은 횃불이 되어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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