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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풀

서석훈
  • 입력 2013.12.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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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한 로

때리면 맞고
밟으면 밟히고
그러나 다들 자는 밤
나 일어나 되밟는다

또 때리면 또 맞고
또 밟으면 또 밟히고
그러나 나 다시금 일어나
나 또한 되밟는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
밟으면 밟는 대로 밟히고
오냐,
밤 되거라 우리들
얼굴 붉힐지라도
대이구 대이구 밟으리

맨 땅에 풀
거머리 같은 우리들
쑥갓 미나리 시금치 같은 우리들



시작 메모
웬만하면 시에다 비유를 안 쓰려고 안 쓰려고 했지만 아주 심하게 쓰고 말았다. 뭔가 딸리니까 그렇다. 확실히 내가 쓴 ‘풀’은 김수영 시인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는다’보다 안 된다. 새파랗고 가녀리고 그러나 그럴수록 생명력이 살아넘치는 김수영 시인의 풀. 난 거머리 같은, 시금치 같은, 식칼 같은, 풀 같지 않은 풀을 썼다. 엉성하고 무지막지한 풀이다. 풀들이 이래도 되는 건가? 되고말고.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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