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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75) - 식욕 다음에 오는 것

서석훈
  • 입력 2013.10.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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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식욕 다음에 오는 것


남녀가 음식을 먹다 말고 여자가 섹시하다고 느낄 때, 여기에 어떤 심리가 깔려 있는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많은 남녀가 성스러운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거의 일관되게 식사 같은 복잡한 절차를 밟는가. 보통 남녀기 약속을 잡을 때는 식사 시간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여기엔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다. 왜냐하면 식사는 누구나 하여야 하는 바 그 시간이나마 잠시 빌리겠다는 겸손한 제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를 해결해줌으로써 상대의 일거리 하나를 들어준다는 의미도 있다. 매우 고귀하거나 유명세를 타는 사람도 실제로는 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이리 적적한가, 벌써 며칠째 밥 한끼 하자는 인간이 없구나 하고 한탄할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들도 그렇다. 한 인물 하는 여자는 인물 값 한다고 남자들이 줄을 설 것 같지만, 사실은 어떻게 한 놈도 안 꼬이냐고 자책하는 여자가 상당수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사무가 밀리고 사람과의 만남이 발에 차일 정도로 빈번할 때도 있는데 그건 일이 우연히 겹친 것뿐이지 그 시기만 지나가면 다시 적막강산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배우라 하더라도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니고 캐스팅 요청이 줄을 서는 것이 아닌 한 때의 여배우라면 현역 감독이 ‘식사 한 끼 하지’ 하면 굳이 생각할 것 없이 일단 나가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끼를 때우면, 혼자서는 좀체 맛이 나지 않는 술까지 한 잔 하게 되면 그 한 끼는 매우 훌륭한 정찬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또는 차오르는지 보자.
식욕은 채웠으나 욕구의 만성결핍을 느끼는 현대인에겐 다른 욕구가 기다리고 있다. 식욕 전에는 사실 욕구가 분산되기 때문에 성욕이 완전히 머리를 지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남자라면 식욕 후에 바로 성욕을 채워도 상관없겠으나 일부 여성들은 특히 감성이 발달한 여성들은 이 감성을 채워주지 않으면 성적인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여성들의 감성을 채워주자면 시간과 돈과 공이 꽤 들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러한 여성은 매우 충만한 상태, 즉 보름달 같은 충만하고 분위기 있는 여자로 변모하여 남성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주로 문화계 여성들이 그런 거 아니냐고 질문을 해오는 남성들이 있는데, 여성이라면 누구나 문화인이며 허드레 일에 종사하는 여성도 결코 감성의 충족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남성들은 깨달아야 한다. 영화관에 가보라. 관객의 팔 할이 여자 아닌가. 음악회고 공연장이고 전시회고 하다못해 동네 장터 공연에도 그 관객은 소녀에서 할머니까지 나이불문 여성이다. 느끼는 게 없는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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