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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프란치스코 성인

서석훈
  • 입력 2013.08.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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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성인
윤 한 로


차라리
죽도록 두들겨 맞아서, 비오듯 쏟아지는 돌팔매에 맞아서, 집이고 식구고 논밭이며 홀랑 다 빼앗겨서, 감옥 바닥 썩은 멍석자리 구더기에 빨리며, 죽을 때까지 부부 사이 동정을 지키며, 민족을 위해 나라 원흉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지며, 원흉을 처치코저 손가락을 자르며, 권총 총탄으로 처단하며, 한갓 인간 공부 다 때려 치고 애오라지 하느님 공부에만 힘쓰면서, 부엌 구석에 박혀 시시한 감자 한 알 한 알 그저 몸과 마음을 다해 깎으면서
거룩한 길 갈 것이지, 성인이여
애초부터 가난 중에 가난으로 갔구나
벌거벗은 채 춤을 추고
떼거지들 앞 벌거벗은 채 설교를 하고
구질구질한 누더기 옷가지들일랑 다시는 주워 입지 못 하겠네
오히려 걸친다는 게 모진 고통에 능욕 같네
날아다니는 새와 짐승의 벗
가난과 결혼했구나





시작 메모
죄의 일곱가지 근원인 교만, 인색, 분노, 질투, 탐욕, 음욕, 나태 이런 칠죄종 중 탐욕, 탐식은 내겐 큰 걸림돌이다. 원래 밥을 많이 먹었는데 당뇨에 걸리고 먹는 걸 좀 줄였지만 아직도 남들 두배, 세배는 먹고자 한다. 따지고 보면 시 같지 않은 시를 꾸역꾸역 쓰는 일조차 원줄기는 탐욕, 탐식이리. 성인처럼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못하니 밝지 못하고 언제나 성삿거리다. 사실은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누비는 내 일상 전체가 칠죄종의 바다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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