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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겉

서석훈
  • 입력 2013.08.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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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한 로


이제
깨지고 금 가고 망가진 것들
모양 잃은 것들 생김생김
그대로 만져보고 싶구나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구나

굵은 콧물 빨아마시며
하나



다섯
여섯 개 작은 꽃이파리 오므라뜨리던
어렸을 적 동무 육손이

새우젓 냄새 피운다
볼 거 하나 없고
쥘 거 하나 없고
저 딱딱한 겉, 겉보리들
구석진 데서 가만가만 때 묻히고 싶다

시작 메모
도끼로 꽝꽝 빚고 싶다. 메마르고 깨지고 망가지고 불거지고 든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재미없고 맛대가리 하나 없는, 툭 튀어나온 겉들, 겉이면 겉 그대로. 입때까지 내면을 탐구한답시고 본질을 추구한답시고 속을 들여다본답시고, 싹 배려버렸다. 이제야 울퉁불퉁, 딱딱한 겉이 보이누나.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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